부적의 종류와 만드는 절차를 사전 항목에서 정리한 표제 이미지

부적은 효험이 있을까: 사전에 적힌 것은 절차와 종류다

부적은 액을 막거나 복을 부르려고 만들어 몸에 지니거나 문과 벽에 붙이던 물건이다. 효과가 있느냐를 먼저 답하면, 이번에 연 사전 두 곳에 그것을 보증한 문장은 없었다. 그 대신 무엇으로 만드는지, 어떤 순서로 만드는지, 어떤 이름으로 나뉘는지가 길게 적혀 있다.

부적 종류부터 보면 크게 둘로 나뉜다. 복이나 재물처럼 좋은 것을 끌어오려고 만든 것과, 사(邪)와 액(厄)을 물리치려고 만든 것이다. 두는 데도 따라서 정해졌다. 벽이나 문 위에 붙이거나 몸에 지녔고, 병에 쓰는 것은 아픈 데에 붙이거나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셨다.

붉은 글씨에도 까닭이 있다. 누런 종이 바탕에 경면주사라는 붉은 광물을 곱게 갈아 썼다. 여기까지가 가장 많이 묻는 것들의 답이고,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때에 이 물건을 찾았는지부터 본다.

부적이 막으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밤송이 가시 근경
벌어진 밤송이 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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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을 찾아본 때는 대개 여기 들어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부적」 항목이 늘어놓은 이름들을 쓰임으로 모으면 넷이 된다. 자기 경우를 맞춰 보기 좋게 네 쓰임마다 넷씩 적는다.

몸이 아픈 때. 병에 쓰는 부적은 증상마다 다른 이름을 달고 있었다. 머리가 아플 때 쓰는 두통부, 배가 아플 때 쓰는 복통부와 위통부가 있고, 오래 낫지 않는 종기에는 악창치료부가 있었다. 몸이 차고 기운이 떨어질 때 쓰는 한기치료부와 피로회복부, 입맛이 돌지 않을 때 쓰는 식욕촉진부도 함께 적혀 있다. 소변이 시원하지 않을 때 쓰는 소변통리부까지 적혀 있으니 몸의 불편을 꽤 잘게 나눠 두었다. 다만 아픈 데가 있으면 먼저 진료를 받고, 이 이야기는 옛사람의 마음가짐을 보는 데까지만 쓴다.

집안에 자꾸 일이 생기면 무엇을 붙였나. 집 전체의 평안을 비는 가택편안부가 그 몫을 맡았다. 초상집에 다녀온 뒤 걸리는 것이 있다고 여겼을 때는 상문부를 썼고, 집에 드나드는 것이 있다고 느꼈을 때는 귀신불침부나 축사부를 붙였다. 무서운 것을 쫓아낸다는 뜻의 사마제압부도 같은 쓰임에 들어간다.

해가 바뀌어 삼재가 든 사람. 삼재예방부라는 것이 그 해를 겨냥해 쓰였다. 삼재가 어떻게 정해지고 해마다 운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삼재 띠와 그해 운수를 풀어 둔 글에 자세히 적어 두었으니 그 글에 맡기고, 여기서는 그 해에만 붙이던 종이가 있었다는 것만 짚는다. 사람을 괴롭힌다는 살을 겨냥한 귀문관살부와 오귀살, 사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벽사부도 여기 함께 들어간다.

바라는 것이 분명한 때는 또 달랐다. 소망성취부와 만사대길부처럼 두루 비는 것이 있고, 재물을 겨냥한 초재부와 재수대길부가 있다.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는 합격부, 아이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생자부, 벼슬길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대초관직부가 따로 있었다. 북두칠성에 비는 칠성부까지 더하면, 바라는 것의 수만큼 이름이 생겨났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사전은 부적 종류를 크게 둘로 나눠 적는다

위의 이름들을 그 항목은 기능으로 둘로 나눈다. 좋은 것을 늘리려고 만든 것이 하나이고, 사와 액을 물리치려고 만든 것이 나머지 하나다. 그리고 막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는 말도 붙어 있다. 비는 마음보다 막으려는 마음이 더 자주 종이에 옮겨졌다는 뜻이다.

생김새로도 나뉜다. 그림을 그린 것은 다시 둘로 갈라지는데, 새와 물고기와 해처럼 알아볼 수 있는 것을 그린 것이 하나이고, 소용돌이 무늬나 탑·계단 모양처럼 뜻을 알기 어려운 무늬를 그린 것이 나머지 하나다. 사람 모습과 얼굴, 귀신의 얼굴을 그린 것도 항목은 앞쪽, 곧 알아볼 수 있는 쪽에 넣어 두었다. 글자를 쓴 것에는 일(日)과 월(月), 천(天), 광(光), 왕(王), 금(金), 신(神), 화(火), 수(水), 용(龍) 같은 글자가 올랐다.

가장 길게 적힌 대목은 만드는 절차였다

효험을 적은 데는 비어 있는데, 만드는 법은 손에 잡힐 만큼 상세하다. 바탕은 누런 괴황지나 누런빛이 도는 깨끗한 창호지를 쓰고, 가로 10센티미터 세로 15센티미터를 넘기지 않게 잘랐다. 붉은 것은 경면주사를 갈아 쓰되, 구하지 못하면 수은을 고아 만든 영사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개어 썼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만드는 사람에게 요구한 준비다. 쓸 사람의 나이에 맞춰 날을 고르고, 전날에는 만드는 사람과 쓸 사람이 함께 목욕재계하며 부정한 일을 피했다. 당일 아침에는 동쪽을 향해 정수(淨水)를 올리고 향을 피운 뒤 주문을 외우고, 붓을 대면 중간에 멈추지 않고 단숨에 내려 썼다. 종이와 먹물, 벼루와 붓에까지 각각 주문이 있었는데, 항목은 이 대목만은 중국에서 전해진 방법으로 적어 두었다. 다 쓴 뒤 그 부적을 쓰기 전에는 목적에 맞는 경을 읽었다. 『천수경』을 먼저 읽기를 권하는 대목도 있다.

이 비대칭이 이 글의 축이다. 듣느냐 마느냐를 적은 줄은 없는데, 누가 언제 어떤 몸가짐으로 만드는지를 적은 줄은 길다. 두 길이를 견주면 공들인 데가 과정이었다는 말이 된다.

사전 항목이 적은 제작 순서

쓸 사람의 나이로 날을 고른다 → 전날 두 사람이 목욕재계하고 부정을 피한다 → 당일 아침 동쪽을 향해 정수(淨水)를 올리고 분향한다 → 주문을 외운 뒤 멈추지 않고 단숨에 내려 쓴다 → 다 쓴 부적을 쓰기 전에 목적에 맞는 경을 읽는다.

문에 붙인 그림에도 같은 일이 맡겨졌다

종이에 쓴 것만 이 일을 한 것은 아니다. 같은 사전의 「문배」 항목은 새해에 밖에서 들어오는 잡귀를 막으려고 문에 붙이는 그림을 그렇게 부른다고 적는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문신(門神)이라 부른다는 설명도 함께 붙어 있다.

성현의 『용재총화』가 전하는 조선의 풍경은 구체적이다. 이른 새벽에 대문간에 그림을 붙였고, 거기 오른 것은 처용과 각귀, 종규, 복두관인, 개주장군, 경지보부인, 그리고 닭과 호랑이였다. 처용 이야기와 대보름 액막이는 정월 세시를 풀어 둔 글에서 다뤘으므로 이 글에서는 이름만 적는다.

지금 남아 있는 문배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용호문배도다. 문 한편에 호랑이를, 맞은편에 용을 붙여 짝을 지었다. 거기서는 호랑이가 삼재를 물리치는 벽사를 맡고, 용이 오복을 가져다주는 길상을 맡는다고 읽는다. 막는 짐승과 부르는 짐승을 한 문에 나란히 세운 것이다. 19세기 그림에서는 그 호랑이가 주로 까치와 함께 나오는데, 힘없는 백성인 까치가 탐관오리인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장면으로 읽혀 왔다. 무섭게 지키라고 붙인 짐승이 웃음거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재료는 종이와 그림에서 그치지 않았다.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에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는 기록은 복숭아를 풀어 둔 글에 따로 모아 두었다. 반대로 찾아온 것을 쫓지 않고 손님처럼 맞았다는 해석도 함께 전해 오는데, 그 이야기는 귀신 꿈 풀이에 모아 두었다.

부적을 붙여 둔 데의 구실을 떠올리게 하는 촘촘한 그물눈
방충망 그물눈 근경

부적을 실험으로 재 본 연구가 있다

현대 심리학이 이 물음을 실험으로 다룬 적이 있다. Damisch, Stoberock & Mussweiler, 「Keep Your Fingers Crossed! How Superstition Improves Performance」, 『Psychological Science』 21권 7호, 2010은 행운을 비는 물건을 지닌 사람이 뒤이은 과제를 더 잘해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물건 자체의 힘보다 자기가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이 올라간 덕이라는 설명이 함께 붙었다.

여기서 멈추면 절반만 말한 것이 된다. 같은 절차를 다시 돌린 연구가 Calin-Jageman & Caldwell, 『Social Psychology』 45권 3호, 2014로 따로 실렸고, 재현 기록을 모아 공개하는 목록은 그 연구에서 원래 결과가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적어 두었다. 한 번 보고된 결과와 다시 나오지 않은 결과가 나란히 있는 상태다. 그러니 이 연구를 효험의 증거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덜어내도 괜찮은 마음이 하나 있다. 부적 효과를 숫자로 받아내려는 마음이다. 그 숫자는 지금 둘로 갈라져 있어서 어느 하나를 집어도 반대가 남는다. 그리고 애초에 전통이 이 물건에 숫자를 요구한 적이 없다. 사전 항목이 효험 대신 절차를 적어 내려간 것이 그 증거다.

부적 앞에서 자주 멈추는 다섯 물음

삼재부적은 다른 부적과 무엇이 다른가

겨냥하는 대상이 다르다. 삼재예방부는 그해에 든 삼재 하나를 상대로 만든 것이라, 두루 비는 만사대길부나 특정 증상을 겨냥한 병부와 쓰임이 겹치지 않는다. 쓰는 시기도 해가 바뀌는 때로 묶여 있어서, 몸이 아플 때 그때그때 쓰던 것들과 성격이 다르다.

행운부적과 소원부적은 같은 것인가

검색창에서는 둘 다 쓰이지만 사전에는 그 두 낱말이 올라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것은 소망성취부와 만사대길부, 재수대길부다. 바라는 것이 두루뭉술하면 앞의 둘, 재물로 분명하면 뒤의 것으로 나뉘었다고 읽으면 된다.

부적에 적힌 ‘칙령’이라는 글자는 무엇인가

글자를 쓴 부적 가운데 한자를 파자(破字)해 여러 가지로 결합하고 거기에 줄을 그은 형태에서, 꼭대기에 ‘칙령(勅令)’이라고 적는 것이 보통이었다. 항목이 이 글자를 올린 자리는 글자 부적 전체가 아니라 그 파자형이다. 임금이 내리는 명령을 뜻하는 말이라, 아래에 적은 글자를 명령처럼 세운다는 말로 통한다. 부탁하는 말투 대신 명령하는 말투를 빌려 온 점이 이 물건의 성미를 보여 준다.

붙인 부적과 태워 마신 부적은 무엇이 달랐나

두는 데가 달랐다. 벽이나 문 위에 붙인 것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길목에 두었고, 몸에 지닌 것은 그 사람을 따라다녔다. 병에 쓰는 것은 아픈 데에 직접 붙이거나,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셔서 몸 안으로 들였다. 막을 것이 밖에 있느냐 안에 있느냐가 그 선을 그었다.

오래된 부적은 어떻게 했나

이번에 연 사전에는 낡은 것을 어떻게 거두었는지가 적혀 있지 않았다. 다만 병부를 태워 마셨다는 대목과, 조선 후기 동학혁명 때에 궁을부를 태워 먹으면 총과 화살을 피한다고 믿었다는 대목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태우는 처리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고 보아도 된다. 확인된 범위는 여기까지다.

그래서 이 물건을 어떻게 보면 되나

부적이 해 온 일을 짧게 추리면, 막고 싶은 것을 이름으로 부르고 그것을 종이 한 장에 묶어 눈에 보이는 데 둔 것이다. 머리 아픈 것과 집안일과 삼재와 시험이 각각 다른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잘 보여 준다. 막연한 불안이 이름을 얻는 순간 다루기 쉬워지는데, 옛사람이 종이에 적어 붙인 것이 바로 그 이름이었다.

효험을 보증받지 못해도 그 일은 남는다. 오늘 마음에 걸리는 무엇이 떠오른다면, 그것을 한 낱말로 불러 보고 언제 어떻게 해 볼지를 정해 두는 것으로 같은 자리를 채울 수 있다. 붉은 글씨도 택일도 거기에는 들지 않는다.

부적을 한눈에

✅ 쓰임으로 둘로 나뉜다: 좋은 것을 부르는 것과 사·액을 물리치는 것. 막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고 적혀 있다.

✅ 누런 종이에 경면주사로 붉게 쓰고, 날을 고르고 목욕재계한 뒤 단숨에 내려 썼다.

✅ 벽과 문 위, 몸, 아픈 데. 병에 쓰는 것은 태운 재를 물에 타 마시기도 했다.

⚠️ 효험을 보증한 문장은 사전 항목에 없고, 실험 결과도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무엇을 막고 싶은지 한 낱말로 부를 수 있게 된 사람에게는 종이가 하던 일의 절반이 이미 끝나 있다. 남은 절반은 내일 하루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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