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부럼과 오곡밥은 누구나 하고 액막이는 나이가 정했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 한 해의 첫 보름이다. 길흉으로는 꺼릴 것이 없는 날이고, 복을 청하고 액을 덜어 두는 일로 하루가 짜여 있다. 많이 묻는 셋에 먼저 답한다. 부럼은 아침 일찍 깨무는 것이 본래 순서였다.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시각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액막이는 집집마다 하는 일이 아니었고, 그해 운수가 걸린 나이에게만 돌아갔다.
마지막 답이 요즘 설명에 가장 많이 빠진다. 소개하는 글은 먹는 것과 노는 것을 늘어놓고 액막이를 뒤에 붙여 두는데, 사전 항목을 열면 순서가 거꾸로다. 나이로 운수를 보는 체계가 먼저 서 있었다.
목차
정월대보름 액막이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대보름 항목은 이 하루에 하던 일을 종류별로 갈라 적는다. 약밥과 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 부럼, 귀밝이술 같은 절식이 그 하나다. 제웅치기와 더위팔기, 개보름쇠기는 액막이와 구충 행사로 묶인다. 달집태우기와 사발재점은 한 해 농사를 묻는 농점이다.
눈에 걸리는 것이 액막이 행사다. 제웅치기는 짚으로 만든 사람 형상을 길에 버리는 일인데, 대보름 항목에는 누가 왜 하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 그 까닭은 직성보기 항목이 정의 한 줄에서 밝힌다. 정월 대보름날 아홉 직성을 보고 그해 운수를 판단하는 세시풍속이라고.
그러니 액막이는 하루의 분위기를 따라 아무나 하던 일이 아니었다. 그해 자기 나이에 어떤 직성이 들었는지 먼저 확인하고, 할 일은 그다음에 정했다. 요즘은 대보름 액막이를 한 덩어리로 보고 미신이라는 말로 덮기 쉽다. 사전이 남긴 서술은 그보다 가지런한 운세 체계다. 같은 사전의 「부적」 항목도 같은 모양이다. 효험을 보증한 문장은 없고, 바탕으로 쓰는 누런 괴황지와 붉은 경면주사, 쓸 사람의 나이로 날을 고르는 제작 순서가 길게 적혀 있다. 해가 바뀌는 때에 쓰던 삼재예방부가 그 항목에 따로 올라 있어 대보름 액막이와 겨냥하는 시기가 겹치는데, 그 이름들을 쓰임으로 갈라 본 것은 부적은 효험이 있을까에 적었다.
부럼과 오곡밥: 정월대보름 절식이 하던 일
부럼은 대보름 이른 아침에 단단한 것을 깨물어 먹는 세시 절차다. 사전 부럼 항목은 『동국세시기』 보름날 조목을 끌어와 빌던 말을 그대로 적는다. 새벽에 날밤과 호두와 은행과 무를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다. 부스럼을 깨문다는 뜻으로 작절, 이를 단단하게 한다는 뜻으로는 고치지방이라 불렀다. 의주에서는 엿을 깨물고 치교라 했다.
이름을 두고는 두 가지 읽기가 함께 전한다. 부럼은 굳은 껍질의 과일을 뜻하면서 부스럼의 준말이기도 하다. 깨물면 부스럼이 없어진다는 믿음이 낱말에서 왔다고 보는 견해가 있고, 껍질의 단단함에서 이를 굳히는 관념이 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전은 두 견해를 함께 싣고 어느 것이 먼저인지 고르지 않는다. 시작 시기도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적어 둔다. 이 글도 고르지 않기로 한다. 전거가 보류한 것을 글이 대신 정할 수는 없다.
부럼을 깨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믿음은 낱말의 뜻을 따라 액운을 막는 자리에 선다. 사전은 그 설명 끝에 대보름 밤의 다리밟기를 함께 든다. 다리를 밟으면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말이 같은 틀이기 때문이다.

아홉 직성은 나이를 따라 다시 든다
직성보기 항목이 적는 아홉 직성은 나후직성과 토직성, 수직성, 금직성, 일직성, 화직성, 계도직성, 월직성, 목직성이다. 아홉이므로 아홉 해마다 같은 직성이 다시 든다. 남자는 열 살에 나후직성에서 시작하고, 여자는 열 살에 목직성에서 시작해 나후직성이 열한 살에 든다.
가장 꺼린 것이 나후직성이다. 구설수와 재수 없는 일이 따른다고 보았고, 제웅직성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온다. 해당하는 남자는 짚으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나이만큼의 동전과 생년월일을 넣고 정월 열나흗날 밤 길에 버렸다. 여자는 종이에 얼굴을 그리고 돈을 싸서 같은 곳에 버렸다. 일직성과 월직성이면 종이로 해와 달을 오려 용마루에 꽂고, 수직성이면 종이에 밥을 싸서 우물에 던졌다. 액을 적어 연에 실어 보내던 일도 같은 무렵이다.
유래를 두고는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가 신라 헌강왕 때의 처용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적는다. 사전 항목이 전하는 말이다. 아홉 해로 다시 드는 이 체계는 띠를 따라 삼 년을 묶는 삼재와 틀이 다르다. 둘을 포개면 같은 해가 양쪽에서 나쁘게 보일 수 있는데, 보는 기준이 애초에 어긋난다. 나이를 보는 일과 띠를 보는 일은 서로를 증명해 주지 않는다. 그 밤에 꾼 꿈도 이 체계와 상관이 없다. 보름 달이 나온 꿈에는 따로 선 풀이가 있다.

올해 정월대보름을 어떻게 쇠면 되나
이 하루에 할 일을 몰아 둔 까닭을 요즘 연구에서 찾자면, 불안이 높을 때 사람이 절차를 만든다는 설명에 닿는다. 의례 연구를 정리한 논문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끼어 있는 상황에서 의례화된 행동이 특히 잘 나타난다고 적는다. 한 해 농사가 하늘에 걸려 있던 때라면 첫 보름에 할 일을 정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Hobson, Schroeder, Risen, Xygalatas, Inzlicht, 「The Psychology of Rituals: An Integrative Review and Process-Based Framework」,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017. 권과 호와 쪽수는 선공개본에 아직 붙지 않아 적지 않았다.
이 하루를 쇠는 기준은 하나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고르면 된다. 부럼이라면 밤이나 잣, 땅콩 가운데 아무것이나 한 알로 넉넉하다. 이가 약하면 무를 베어도 되고, 엿을 깨물어도 된다. 아이에게는 빌던 말을 그대로 들려주면 된다. 아침을 놓쳤으면 저녁에 해도 탈이 없다. 오곡밥을 못 지었으면 묵은 나물 한 접시나 잡곡밥 한 공기로도 뜻은 남는다. 혼자 산다면 귀밝이술 한 모금을 아침에 두는 정도로 간단하다.
자기 직성이 궁금하다면 알아 둘 것이 있다. 사전에 적힌 것은 시작 나이와 순서이고, 집집마다 전하는 표는 조금씩 다르다. 숫자를 확정하는 대신 그해 할 일을 정하는 도구로 쓰는 것이 본래 쓰임에 맞다. 흐려서 보름이 보이지 않았어도 그해 운이 나빠지지 않는다. 개를 키우면 개보름쇠기는 따르지 않아도 되고, 상중이거나 아픈 집이라면 더위팔기처럼 남을 부르는 놀이는 건너뛰어도 좋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뒀다면 액을 버리는 절차보다 복을 청하는 일을 고르는 것이 마음에 낫다. 타향에 있어 그날을 넘겼다면 돌아와 해도 늦지 않다.
정월대보름을 두고 자주 걸리는 네 가지
정월대보름 음식은 아침에 먹어야 하나
부럼만 시각이 정해져 있었다. 사전이 인용한 조목이 새벽에 깨물었다고 적기 때문이고, 귀밝이술도 그 옆에 붙는다. 나머지는 저녁 상에 올려도 어긋나지 않는다.
올해 내 직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아나
남자는 열 살, 여자는 열한 살에 나후직성이 처음 든다. 이 한 자리만 잡아 두면 나머지 여덟은 순서를 따라 붙는다. 집에 전해 오는 표가 있으면 그 표를 먼저 보는 것이 빠르다.
정월대보름에 꾼 꿈은 따로 봐야 하나
전해 오는 해몽은 날짜를 보지 않고 장면을 본다. 첫 보름이라 길몽을 바라는 마음이 커질 뿐, 같은 장면이면 다른 밤과 같은 풀이가 선다. 유난히 선명했다면 전날 들은 말이 섞여 든 경우일 수도 있다.
보름달을 못 보고 지나갔다
못 본 것이 흉조가 되지는 않는다. 흐린 밤은 옛 점괘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밤이었다. 보름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니 그 하루에 걸 것이 많지 않다.
집마다 하던 일이 같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제멋대로였던 것은 아니었다. 먹는 것은 누구나 같이 했고, 버리는 절차만 그해 자기 나이에 걸린 직성을 따라 나뉘었다. 오래 전해 온 이 전통 안에 있던 것은 공포보다 분담이었다.
올해 정월대보름에 할 일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아침에 단단한 것 한 알을 깨물고, 상에 잡곡 섞은 밥을 올리고, 버리는 절차는 마음이 쓰이는 사람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