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 길몽이 운세

복날, 가장 더운 날이라는 설명은 절반만 맞다

사전 항목에 복날을 궂은 날로 적은 대목은 없다. 몸을 돌보라고 미리 표시해 둔 날이고, 그래서 길한 날에 넣어도 무리가 없다. 많이 묻는 것부터 답하면 이렇다. 날짜가 해마다 바뀌는 것은 더위를 재서 정하는 날이 아니기 때문이고, 무엇을 먹었느냐는 물음에는 사전이 닭백숙과 팥죽, 참외와 수박을 적어 두었다. 말복이 유난히 늦는 해가 있는 것도 날짜를 잡는 기준이 둘이어서 생기는 일이다.

사전 항목을 펼쳐 보면 이 날짜에 붙은 일이 생각보다 많다. 먹는 것만 있지 않다. 목욕을 두고 지키던 말이 있었고, 벼의 나이를 세는 단위로도 쓰였으며, 그날 날씨로 가을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하나씩 펼쳐 보면 복날이 왜 해마다 움직이는지도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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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날짜는 간지를 보고 정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복날」 항목은 이 말을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의 초복과 중복과 말복, 곧 삼복이라고 정의한다. 임석재가 1995년에 집필했고 2023년 2월에 마지막으로 손봤다. 한자는 엎드릴 복(伏)을 쓰며, 항목은 이 글자의 뜻을 엎드리다와 감추다 두 가지로 적어 두었다.

날짜를 잡는 법은 간단하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다. 경일은 천간 열 글자 가운데 경(庚)이 든 날이라 열흘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그래서 초복과 중복 사이가 열흘이고,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스무 날이 된다.

말복만 기준이 다르다. 말복은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다. 출발점이 하지에서 입추로 옮겨 간다. 삼복이라는 한 이름 아래 출발점이 둘인 것인데, 흔히는 셋이 똑같이 열흘씩 떨어져 있는 것으로 여긴다. 항목은 그렇게 적지 않았다. 해에 따라 뒤쪽 두 날 사이가 스무 날까지 벌어지기도 하고, 그런 해를 월복(越伏)이라 부른다.

널리 도는 말
복날은 한 해에서 가장 더운 날 셋을 골라 열흘 간격으로 정해 둔 것이다.

사전이 적어 둔 것
초복은 하지에서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에서 첫 번째 경일. 더위를 재는 대목은 들어 있지 않다.

복날에 하던 일은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음식부터 보면, 항목은 과거의 풍습으로 개장국을 적고 요즘은 닭백숙을 잘 만들어 먹는다고 적었다. 닭이 나오는 꿈 풀이에서도 이 짐승이 집안 살림 가까이 있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복날 상에 오른 내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팥죽도 함께 적혀 있다.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여인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었다고 하니, 수박이 나오는 꿈 풀이에서 본 그 과일이 이 날짜에도 올라와 있다.

먹는 것 말고도 지키던 말이 있었다.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신이 그것인데, 묘한 단서가 붙는다. 초복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과 말복에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으로 끝낼 일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 번을 맞춰야 매듭이 지어지는 일이었다. 해안 지방에서는 백사장의 모래찜질로 한여름을 넘겼다는 서술도 붙어 있다.

농사에 걸린 서술이 특히 재미있다. 복날마다 벼의 나이가 한 살씩 늘고, 줄기 마디가 셋이 되어야 이삭이 팬다고 했다. 벼의 시간을 사람의 달력으로 세지 않았다는 말이다. 복날이 그 단위였다. 쌀이 나오는 꿈 풀이에서 옛 살림이 한 해 안쪽으로 시간을 재던 습관을 짚었는데, 벼 나이를 복날로 세는 것도 같은 버릇에서 나온다.

복날마다 벼의 나이를 한 살씩 세었다는 옛 서술
항목은 복날마다 벼의 나이가 한 살씩 는다고 적었다

날씨를 두고 전하는 말도 붙어 있다.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 보은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전한다. 대추나무가 복날마다 꽃을 피우는데 이날 날씨가 맑아야 열매가 잘 열리고, 비가 오면 대추 농사가 흉년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을 가리켜 쓰는 삼복더위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 서술들의 출처로 항목은 최상수의 『한국의 세시풍속』(홍인문화사, 1969)을 들어 두었다.

복날 날씨로 한 해 농사를 점치던 대추
말린 대추, 복날 날씨가 맑아야 열매가 잘 열린다고 보았다

복날 날짜에서 자주 어긋나는 데

초복과 중복은 늘 열흘 차이인가

이 둘은 원칙대로 열흘 차이다. 둘 다 하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세 번째와 네 번째 경일을 집기 때문이고, 경일이 열흘마다 돌아오므로 간격이 어긋날 데가 없다. 날짜가 움직이는 것은 하지와 경일이 만나는 지점이 해마다 다르기 때문이지 간격이 변해서가 아니다.

말복이 유난히 늦은 해가 있다

있다. 말복만 입추를 출발점으로 삼는 탓이다. 입추가 중복에서 멀리 떨어진 해에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스무 날로 벌어지고, 항목은 그런 해를 월복이라 부른다고 적었다. 여름이 길게 느껴지는 해가 기분 탓만은 아니다.

복날이 음력 며칠인지 정해져 있나

정해져 있지 않다. 항목의 정의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라고만 적어 둔 것이 그래서다.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절기와 간지이므로 음력 며칠에 고정될 수가 없고, 음력 날짜는 해마다 확인해야 한다. 같은 세시라도 날짜가 처음부터 박힌 쪽이 있어서,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로 해마다 같다.

복날은 내 여름 어디쯤에 놓이나

초복이 오기 전이라면 그해 무더위의 윤곽이 아직 잡히지 않은 때다. 올해 무더위가 언제 꺾일지 몰라 막연한 사람에게 이 날짜는 미리 박아 둔 표시로 쓰인다. 휴가 날짜를 못 정했다면 초복과 말복 사이 스무 날을 먼저 펼쳐 놓고 고르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여름에 어른 생신이나 제사가 걸려 있는 집은 그 일정이 복날과 겹치는지 미리 보아 두면 상차림이 수월해진다. 텃밭이라도 가꾸는 사람이라면 벼 나이를 복날로 세던 습관이 남의 일이 아니다.

초복과 중복 사이로 들어서면 몸 이야기가 앞으로 나온다. 혼자 지내느라 끼니가 부실했던 사람에게는 더운 국 한 번 끓일 명분이 생기는 날이고, 집안이 모여 한 끼를 하는 집에서는 그 명분이 이미 관례가 되어 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면 초복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 두면 좋다. 세 번을 맞춰야 한다고 본 옛 생각이 여기서 쓸모가 있다. 바깥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스무 날이 가장 조심할 구간이고, 아이가 어린 집은 참외와 수박이 아이 몫으로 적혀 있던 내력을 그대로 빌려 써도 된다.

말복이 지나고 나면 묻는 데가 가을로 옮겨 간다. 내내 지쳐 기운이 바닥난 사람에게 말복은 끝을 알리는 표지이지 마지막 고비가 아니다. 가을 일정이 몰려 있다면 그 표시를 출발선으로 잡아도 된다. 올해 복날을 한 번도 못 챙긴 사람은 아쉬워할 일이 없다. 세 번 가운데 하나가 지나갔을 뿐이고, 해마다 세 번이 다시 서기 때문이다. 날씨가 이상했던 해라면 대추 농사를 점치던 서술을 떠올려도 좋다. 그해 농사를 그날 날씨로 읽던 말이 거기 남아 있다.

오늘 심리학이 이 날짜를 놓는 데

미리 정해 둔 시점이 행동을 바꾼다는 연구가 있다. Gollwitzer, 「Implementation intentions: Strong effects of simple plans」, 『American Psychologist』 54권, 1999, 493~503. 저자는 무엇을 이루겠다는 목표와 별개로 「이런 상황이 오면 이 행동을 하겠다」고 언제와 어디를 미리 묶어 두는 계획을 실행 의도라 불렀고, 그 묶음이 있을 때 목표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비율이 올라간다고 보고했다.

복날은 그 묶음이 달력 쪽에서 미리 만들어져 있는 날이다. 몸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은 한철 내내 떠오르지만 날짜가 붙지 않으면 미뤄진다. 두 가지를 같은 것으로 묶을 생각은 없다. 다만 간지로 날을 박아 두고 그날 할 일을 붙여 둔 방식은 실행 의도가 말하는 구조와 닮아 있다.

그러니 이 날짜를 어디에 두면 되는지는 묻는 자리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복날이 며칠인지 궁금하다면 하지와 입추부터 찾으면 되고,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항목에 적힌 일 가운데 지금 몸에 맞는 하나를 가져오면 된다. 이미 지나간 복날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 물음은 접어도 된다. 복날은 한 해에 세 번 서고, 그 셋은 내년에도 같은 법으로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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