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의 작은설 유래와 애동지 팥죽 관례를 정리한 표제 이미지

동지는 한 해의 끝일까: 옛사람은 이날을 시작으로 세웠다

십이월 달력을 넘기면 스무날을 조금 지난 곳에 동지가 적혀 있다. 양력으로는 12월 22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십일월 안이다.

먼저 답부터 드린다. 동지는 꺼리는 날이 아니다. 길흉으로 가르면 길한 날에 든다. 옛사람은 이날을 작은설이라 부르며 좋은 날로 쳤다. 많이 들어오는 물음 셋도 미리 답해 두면, 팥죽은 반드시 쑤어야 하는 의무가 아니었고, 애동지에 걸린 해에는 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옛 관례였으며, 나이가 이날 한 살 오른다는 말은 서운한 소리로 쓰이던 말이 아니다.

그런데 사전 항목을 열어 보면 이날에 모여 있는 일 가운데 먼저 눈에 드는 것은 팥죽이 아니다. 새해 달력과 나이다. 밤이 가장 긴 날에 옛사람이 챈 것은 어둠의 길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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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를 작은설이라 부른 까닭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동지 항목은 이 날짜를 스물네 절기 가운데 스물두째로 적는다. 대설과 소한 사이에 들고,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닿는 자리다. 항목이 붙여 둔 설명은 한 줄이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절기이면서 세시풍속이 두껍게 붙은 날짜라, 사전에도 천문과 민속이 같이 실려 있다.

같은 항목이 이날의 다른 이름도 올려 두었다. 아세, 그러니까 버금가는 설이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설이라 했다고 적는다. 밤이 가장 길다는 말은 바로 다음날부터 낮이 길어진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이 사실을 옛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항목 안에 남아 있다. 중국 주나라가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고, 『역경』의 복괘를 십일월, 곧 자월로 보아 동짓달부터 시작했다는 서술도 함께 붙어 있다.

복괘의 복은 돌아온다는 뜻을 가진 글자다. 가장 낮은 자리에 닿은 날을 돌아오는 날로 읽은 법이 이름에까지 남은 것이다.

나라에서는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누었다

민속학자 임동권이 1995년에 쓴 이 항목에서 가장 많은 줄을 차지하는 것은 팥죽이 아니다. 관청의 일이다. 관상감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나라에서 어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적혀 있다. 이조는 지방 수령에게 파란 표지를 입힌 달력을 선사했다.

같은 날 궁에서는 신하의 조하를 받고 군신의 연례를 열었다. 제주목사는 특산물인 귤을 상감에게 진상했고, 그 귤을 두고 황감제라는 시험을 치렀다. 내의원은 소의 다리를 고아 약을 만들어 올렸다.

나열해 놓고 보면 이 일들이 향하는 방향이 하나로 모인다. 달력도 새해 것이고, 귤로 치른 시험도 다음 해에 쓸 사람을 보는 일로 읽힌다. 해가 가장 낮게 내려온 날에 나라가 한 일은 이듬해 치를 일을 미리 꺼내 놓는 것이었다.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나누어 읽어 온 해 꿈 풀이도 같은 감각 위에 서 있다.

사전 항목이 동지에 올려 둔 일

관상감이 새해 달력을 지어 올리고 어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눔 · 이조가 지방 수령에게 파란 표지 달력을 선사 · 궁에서 조하와 연례 · 제주목사의 귤 진상과 황감제 · 내의원의 약 진상 · 민간의 팥죽과 문간 뿌리기

동지 팥죽은 상에 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팥죽에 쓰는 붉은팥
동지 팥죽은 이 붉은팥을 거른 물에 쌀을 넣어 쑨다

동지팥죽 항목은 영양학자 염초애가 쓴 것인데, 만드는 법을 꽤 자세히 적어 두었다. 붉은팥을 물에 충분히 삶아 체에 걸러 껍질을 걷어 내고 가라앉힌 다음, 그 웃물에 쌀을 넣어 끓인다. 쌀이 거의 퍼지면 가라앉은 팥앙금을 넣고 다시 끓이면서 찹쌀가루로 빚은 새알심을 함께 익힌다.

이 죽이 상에만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전은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고 적는다. 재앙을 면한다는 말은 집에 들 액을 문간에서 걸러 낸다는 뜻이다. 이사를 하거나 새집을 지었을 때도 집 안팎에 뿌렸다. 까닭도 함께 적혀 있는데, 팥의 붉은색이 병마를 쫓는다는 생각에서 왔다는 것이다. 동지 항목은 같은 믿음을 조금 다른 말로 쓴다. 붉은빛은 양의 빛이어서 음의 귀신을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새알심에는 더 눈길이 가는 쓰임이 붙어 있다. 식구 각각의 나이 수대로 넣어 먹기도 했다는 서술이다. 대접 하나에 집안의 나이가 전부 들어가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동지 항목에 실린 저 옛말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팥이라는 곡식 자체를 길하게 읽어 온 내력은 팥 꿈 글에 따로 적어 두었으니, 여기서는 날짜 이야기만 이어 간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았다

동지는 해마다 음력 십일월 안에서 날짜가 조금씩 움직인다. 사전은 그 위치에 따라 이름을 세 가지로 나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그리고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 적는다.

여기서 널리 도는 말과 사전 사이에 한 걸음이 생긴다. 흔히 전해지는 설명은 애동지에는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 팥죽 대신 시루떡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동지 항목은 세 이름과 쑤지 않는다는 말까지만 올려 두고 그 까닭은 올리지 않았다. 동지팥죽 항목은 애동지라는 말 자체를 다루지 않는다. 사전 두 곳이 멈춘 곳이 거기라서, 이 글도 같은 선에서 멈춘다. 아이 이야기와 떡 이야기는 사전 표기가 아니다. 전통 쪽에서 전해 오는 말로 둔다.

그러니 올해가 애동지에 걸렸다면 처신은 간단하다. 팥죽을 거르는 것이 옛 관례에 맞고, 대신 떡을 찌는 집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 바꿔치기가 사전에 적힌 규칙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편이 정확하다. 떡을 길하게 읽어 온 내력이 궁금하면 떡 꿈 글에 속담까지 함께 적혀 있다.

아직 오지 않은 해를 미리 열어 두는 일

요즘 심리학에 이 날짜와 닮은 실험이 하나 있다. 여덟 번을 채우면 보상을 주는 적립 과제를, 열 번짜리인데 두 번이 이미 찍혀 있는 과제로 바꿔 내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 늘고 걸리는 시간도 줄었다. 해야 할 양은 똑같다. 달라진 것은 시작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시작한 상태로 옮겨졌다는 점뿐이다. Nunes & Drèze, 「The Endowed Progress Effect: How Artificial Advancement Increases Effor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2권 4호, 2006, 504~512쪽.

동지에 새해 달력을 받고 나이를 한 살 올려 부른 일이 이것과 겹친다. 설은 아직 한 달 반이 남았는데 달력은 벌써 손에 있고 나이는 이미 올라가 있다. 다음 해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시작된 상태로 자리가 바뀌는 것이다. 옛사람이 이 효과를 알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다만 가장 어두운 날을 골라 다음 해를 먼저 꺼내 놓은 배치는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한다.

그래서 이 날짜는 형편에 따라 쓰는 법이 달라진다. 올해를 잘 보낸 사람에게는 마무리의 날이고, 올해가 뜻대로 가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음 해가 먼저 열리는 날이다.

집안 사정으로 보면 이렇다. 애동지에 걸린 해라면 팥죽을 거르고 떡으로 넘어가면 된다. 팥을 못 먹는 식구가 있는 집은 새알심만 따로 건져 두면 그만이고, 아예 상에 올리지 않아도 옛 관례를 어기는 것은 없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세어 담으면 아이에게 재미가 된다. 어른을 모시는 집이라면 식구 나이를 소리 내어 세는 그 대목이 그날의 가장 긴 이야깃거리가 된다.

혼자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은 죽 한 통을 사 와도 이 날짜가 비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끼리는 그날 저녁에 전화를 걸어 나이를 서로 올려 불러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상중인 집은 잔치가 붙는 날짜가 아니니 평소대로 지내도 되고, 설을 크게 쇠지 않는 집은 오히려 이 날짜 하나만 챙기면 간단하다.

일이 걸려 있는 사람은 조금 다르다. 새해 계획을 아직 못 세운 사람에게는 설보다 이 날짜가 출발선으로 쓰기 좋고, 달력이나 수첩을 아직 안 산 사람은 옛 관청이 그랬듯 이날 사 두면 날짜가 맞는다. 시험이나 입시를 앞둔 사람은 남은 날 수를 세다가 지나온 날 수로 눈을 옮기면 버티기가 수월해진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집이 팥죽을 집 안팎에 뿌린 것도 사전에 적혀 있는 일이라 해 볼 만하다.

마음이 무거운 경우도 짚어 둔다. 올해를 망쳤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날짜는 결산일로 쓰이지 않는다. 생일이 동지 무렵인 사람은 옛 기준으로 보면 나이가 두 번 오르게 되는데, 그건 그냥 축하가 한 번 더 붙는 일로 읽으면 된다. 몸이 오래 안 좋은 식구가 있는 집이라면 뒤에 나올 날씨 점괘는 접어 두고, 병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그리고 올해가 애동지인지 아닌지를 아직 모르는 집은 음력 날짜만 확인하면 바로 풀린다.

그래도 남는 물음이 있다면

한옥 기와지붕
동짓날 날씨를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쳤다

동지에 팥죽을 꼭 쑤어야 하나요

그럴 의무는 없었다. 사전이 적어 둔 것은 팥죽을 쑤었다는 사실과 그 까닭이고, 안 쑨 집에 벌이 따른다는 서술은 없다. 못 쑨 해가 있어도 그것을 메울 일은 생기지 않는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면 안 되나요

안 된다는 금지보다는 안 쑤었다는 관례로 보는 편이 맞다. 사전은 애동지에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만 적었고 금지의 근거를 따로 달지 않았다. 쑤어 먹은 집에 탈이 난다는 말은 사전 표기가 아니니 겁낼 일이 아니다.

동지가 지나면 나이가 한 살 오르는 건가요

지금 쓰는 법으로는 아니다. 나이는 생일과 해가 바뀌는 날로 세고, 동지에 오른다는 말은 옛 민간의 세는 방식이 남은 것이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는 옛말과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는 옛말이 사전 항목에 나란히 실려 있다.

동짓날 날씨로 이듬해를 점치던 말은 믿을 만한가요

사전에 실린 말 그대로 옮기면,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다고 하고 눈이 많이 오고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한다. 겨울 추위가 농사에 도움이 되는 대목은 지금 농업에서도 설명이 되지만, 사람의 병까지 날씨 하나로 이어 붙이는 말은 옛 기준 안에 두고 읽을 말이다. 그날 날씨가 포근했다고 걱정을 미리 가져올 일은 없다. 날씨로 이듬해 운을 가늠하던 말은 여럿 남아 있고, 그 가운데 농사 쪽만 지금도 설명이 닿는다.

올해 동지가 애동지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달력에서 동지의 음력 날짜만 보면 된다. 음력 십일월 초승이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그믐께면 노동지다. 양력 날짜는 해마다 거의 같은 무렵에 오지만 음력 날짜는 움직이므로, 이름은 해마다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름 세 가지를 가르는 기준

음력 십일월 초승에 들면 애동지 · 중순이면 중동지 · 그믐께면 노동지 · 애동지에 걸린 해에는 팥죽을 쑤지 않았다 · 아이에게 좋지 않아 떡으로 바꾼다는 설명은 사전 두 항목에 올라 있지 않다

동지는 겨울의 한가운데에 놓인 날짜다. 그런데 옛사람이 여기에 붙인 이름은 한가운데를 가리키지 않는다. 작은설은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만 붙는 이름이다. 올해가 어떻게 지나갔든 십이월의 그 날짜는 다시 돌아오고, 그때 헤아릴 것은 지나간 날이 아니다. 그다음부터 길어지는 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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