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탈이 없는 달이었고 혼례도 꺼리지 않았다
윤달에 혼례 날짜를 잡아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꽤 있다. 답을 미루지 않겠다. 옛 풍습 기록이 윤달에 적어 둔 것은 꺼림이 아니다. 혼례는 윤달에 하면 좋다고 여겼고, 집수리와 이사도 보통 달처럼 방위를 가릴 것이 없다고 봤다. 수의를 윤달에 짓던 관례도 액을 부르려던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안을 빌던 일이었다.
그러면 윤달을 공달이라 부르며 몸을 사리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그런 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사전 항목이 적어 둔 내용과는 방향이 반대이고, 미신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그 차이를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게 읽는 분께 더 도움이 된다.
올해 음력에 윤달이 들었는지부터 알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다. 그 답은 세 번째 꼭지에 연도별로 모아 두었다. 사람들이 어쩌다 이 달에 큰일을 몰아서 하려 했는지를 먼저 보면, 세시 풍습 기록의 서술이 훨씬 자연스럽게 읽힌다.
목차
윤달처럼 덤으로 생긴 달에 큰일을 몰아 두는 마음
사람은 시간에 금이 그어진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 새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달이 바뀌는 날, 새해 첫날, 생일 같은 날이 그렇다. 이런 날을 지난 직후에 다이어트 검색과 운동 약속이 함께 늘어난다는 심리 연구가 있다. Dai, Milkman & Riis, 「The Fresh Start Effect」, 『Management Science』, 2014. 연구진은 새 주와 새 달, 새해, 학기 시작, 생일 뒤에 목표를 세우는 행동이 몰린다고 봤다. 이 논문은 선공개본으로 먼저 실려서 권과 호가 붙기 전 판본이 돌고 있다. 그래서 수록처와 발행 연도만 밝힌다.
윤달은 그 금이 한 번 더 그어지는 달이다. 평년에 없던 달이 열두 달 중간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손대지 못한 일, 날을 못 잡아 밀려 있던 일을 거기에 얹고 싶어지는 마음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방금 한 이야기는 전통 기록에 있는 말이 아니다. 현대 연구를 빌려 보탠 해석이다. 다음 꼭지부터는 전통 기록만 가지고 적는다.

윤달은 음력 열두 달에 한 달이 더 붙은 달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윤달을 음력에서 평년의 열두 달보다 한 달 더 보태진 달이라고 적는다. 민속학자 장주근이 1995년에 쓴 항목이고, 사전에서 2026년에도 손을 본 기록이 남아 있다. 옛 문헌에서 옮겨 온 말이 아니다. 지금도 열리는 사전 항목이라는 뜻이다.
날짜가 어긋나는 사정은 이렇다. 태음력의 한 달은 스무아흐레와 서른 날을 번갈아 쓰고, 그렇게 열두 달을 채우면 354일이 된다. 태양력과 열하루가 벌어진다. 이 어긋남을 그냥 두면 음력 설이 겨울에서 가을로 밀려 간다. 그래서 몇 해에 한 번 달을 하나 끼워 넣는데, 그 방식을 치윤법이라 부른다. 가장 널리 쓰인 것이 열아홉 태양년에 윤달을 일곱 번 두는 19년 7윤법이다. 그 열아홉 해가 태음력으로는 235개월이 된다.
어느 달 뒤에 끼울지는 또 다른 항목이 적는다. 윤법 항목을 쓴 이은성의 서술을 보면, 현행 음력은 동지를 기점으로 황도를 스물넷으로 나눠 절기와 중기를 번갈아 배당한다. 그리고 한 달 안에 중기가 들지 않으면 그 달을 윤달로 삼는다. 이것이 무중치윤법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한 주기는 평균 29.53일이고 중기와 중기 사이는 평균 30.44일이어서, 가끔 중기를 통째로 건너뛰는 달이 생긴다. 그런데 윤달 항목에는 이 무중치윤 서술이 없다. 두 항목을 나란히 놓아야 한 그림이 된다.
그래서 윤달은 아무 달에나 고르게 들지 않는다. 사전은 윤달이 5월에 가장 많이 들고 11월과 12월, 정월에는 거의 들지 않는다고 적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말버릇이 하나 나왔다. 하기 싫은 일을 두고 윤동짓달 초하룻날 하겠다고 받아친 것이다. 오지 않을 날을 댔으니 사실상 안 하겠다는 말이다. 한 해 안에서 달이 어디서 바뀌는지가 궁금하다면 이번 달 운세가 달력 1일에 시작하지 않는 이유를 함께 보면 앞뒤가 맞는다.
올해 음력에 윤달이 들었는지 보는 법
윤달이 든 해는 외우지 않아도 금방 확인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해마다 음력 달 목록을 공개하고, 윤달이 있으면 그 줄에 윤 표시가 붙는다. 2026년 10월 기준으로 그 자료를 열어 보면 이렇다.
2025년에는 윤6월이 있었고 음력 윤6월 초하루가 양력 7월 25일이었다. 2026년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열두 달만 있고 윤달 줄이 없다. 2027년도 윤달 없이 열두 달이다. 그다음은 2028년이고, 윤5월이 들어 양력 6월 23일에 그 달이 시작된다. 다만 아직 오지 않은 해의 자료 화면에는 공식 발표 전 자료이니 월력요항을 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바뀔 수 있는 값으로 읽어 두는 것이 맞다.
2025년 다음이 2028년이다. 열아홉 해에 일곱 번이니 평균 2.7년에 한 번인데, 실제로는 두 해 뒤에 오기도 하고 세 해 뒤에 오기도 한다. 수의를 다루는 사전 항목이 윤달을 세 해마다 드는 달이라고 적은 것은 이 평균을 어림한 값이다. 생활에서 쓰기 좋게 뭉쳐 둔 표현으로 읽으면 된다.
세시 풍습이 윤달에 붙여 둔 일들
사전이 윤달 항목에 실제로 적어 둔 일을 차례로 옮긴다. 혼례는 윤달에 하면 좋다고 여겼다. 집수리와 이사는 보통 달에는 방위를 따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윤달에는 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수의는 윤달에 만드는 것이 관례여서 노인이 있는 집에서는 이 달에 준비했다. 산소를 손질하고 묘를 옮기는 일도 흔히 윤달에 했다.
절에 가는 풍습도 두껍다. 영남에서는 윤달 불공이 많았고, 경기에서는 윤달에 세 번 절에 가면 액이 없어지고 복이 온다고 여겼다. 『동국세시기』에는 광주 봉은사에 윤달마다 여인들이 몰려 불공을 드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제주에서는 생전예수재를 올렸고, 윤달에 세상을 떠난 분의 제사를 윤달과 본래 달에 함께 지내 한 해에 두 번 모시는 집도 있었다. 전북 고창에서는 윤달에 성밟기를 했는데, 부녀자들이 작은 돌을 머리에 이고 성벽을 돌던 놀이였다.
여기서 이 글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은 윤달에 혼사를 피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데 사전 윤달 항목에는 혼례를 꺼린다는 서술이 없다. 반대로 하면 좋다고 적혀 있고, 옛 속담으로는 윤달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말까지 함께 소개한다. 공달이라는 이름마저 금기와는 상관이 없었다. 수의 항목을 쓴 복식사 연구자 유송옥은 윤달을 공달이라 하여 죽는 사람의 평안을 축복하는 뜻에서 수의를 지었다고 적는다. 같은 항목에 부모의 환갑이나 진갑이 가까워지면 미리 지어 두기도 했고, 윤달 가운데 길일을 골라 바느질을 시작했다는 서술도 붙어 있다.
그러니 윤달을 둘러싼 꺼림은 세시 풍습 기록보다 뒤에 붙은 말로 보는 것이 사실에 맞다. 길흉을 가려서 마음을 놓고 싶다면 손 없는 날이 어떤 날인지를 따로 보시는 것이 낫다. 윤달은 날을 가리는 장치가 아니었다. 가릴 것이 없다고 사전이 적어 둔 달이다.

윤달에 하려는 일이 이런 경우라면
여기서는 사전 항목이 적어 둔 내용을 오늘의 사정에 맞춰 본다. 전통의 판단과 지금 내 형편은 다를 수 있으니, 기록이 뭐라고 했는지와 내 사정이 어떤지를 갈라서 읽으면 된다. 사주와 운세로 날을 보는 방식이 궁금하면 사주를 어디서부터 보는지가 그 입구다.
윤달에 결혼해도 되나
기록이 주는 답은 괜찮다는 것이고, 오히려 좋다고 본 흔적이 남아 있다. 예식장 날짜가 윤달에 걸린 경우, 양가 어른 한 분이 윤달이라며 난색을 보이는 경우, 사주를 봐 준 분이 다른 달을 권한 경우로 나뉠 것이다. 첫째는 그냥 진행하면 되고, 둘째는 이 사전 항목을 함께 보여 드리는 것이 설명보다 빠르다. 셋째는 윤달 자체가 아닌 그 사람의 사주를 본 판단이니 윤달 탓으로 돌리지 말고 그 까닭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낫다.
윤달에 이사하거나 집을 고쳐도 되나
이 질문에는 기록이 가장 분명하게 답한다. 윤달에는 방위를 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전세 만기가 윤달에 걸렸다면 날을 손댈 수 없으니 그대로 간다. 날짜를 직접 고르는 중이라면 윤달이 길흉 부담을 한 겹 덜어 준다. 집수리를 몇 달 미루고 있었다면 이 달이 오히려 어른들께 말을 꺼내기 쉬운 때다. 손 없는 날을 함께 따지고 싶은 분은 그 달 안에서 고르면 되고, 둘이 겹치지 않아도 기록상 걸릴 것은 없다.
윤달에 수의를 왜 짓는가
액을 피하려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사전의 설명이다. 평안을 빌던 일로 적혀 있다. 부모님 환갑이나 진갑이 지나면 옷감부터 끊어 두는 집이 있었다. 집안 어른이 먼저 말을 꺼냈다면 기록에 그대로 있는 관례라 따라도 무리가 없다. 자식이 먼저 말하기가 어렵다면 꼭 수의로 가지 않아도 된다. 산소를 둘러보거나 묘를 손질하는 일도 같은 항목에 들어 있어서, 그쪽으로 말을 돌려도 뜻은 전해진다.
윤달에 이장이나 산소 손질을 해도 되나
흔히 윤달에 했다고 기록이 적는다. 다만 지금은 묘지 관련 절차와 신고가 따로 있어서, 길일만 보고 날을 잡으면 일이 꼬인다. 벌초 시기와 겹쳤거나 집안 어른들 일정만 맞추면 되는 일이라면 전통대로 윤달에 두면 된다. 관청 절차가 남았다면 그 일정이 먼저다. 날의 길흉보다 서류가 먼저 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미리 알리면 뒷말이 줄어든다.
윤달 생일과 윤달에 돌아간 분 제사는 어떻게 하나
이 질문에는 전통도 답을 하나로 정해 두지 않았다. 제주 사례처럼 윤달과 본래 달에 두 번 모신 집이 있었고, 윤달 생일도 같은 방식으로 챙긴 기록이 있다. 윤달에 태어난 분이 평년 생일을 어느 달로 쇠든, 집안에서 제사를 한 번으로 줄이기로 정했든, 그 결정은 이미 전통 안에 있는 선택이다. 형제끼리 의견이 다르면 윤달이 든 해에만 두 번 모시기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쪽을 골라도 전통을 어긴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다.
윤달에만 따로 운세를 볼 이유가 없다
윤달은 하늘이 비는 달도 아니고 운이 끊기는 달도 아니었다. 열두 달로는 계절이 안 맞아서 한 달을 더 얹은 달이고, 그 달에 사람들은 혼례와 수리, 수의와 불공처럼 꺼내기 어려운 일을 모아 두었다. 윤달만 따로 떼어 운세를 보는 법도 전통에 없다. 길흉을 가려야 할 이유가 없는 달이라서 거꾸로 큰일이 몰렸다고 보는 것이 기록에 맞다.
윤달 한눈에 음력 열두 달에 한 달을 더 얹은 달이고, 열아홉 해에 일곱 번 든다. 2026년과 2027년에는 들지 않으며 그다음은 2028년 윤5월이다.
기록이 적어 둔 길흉 혼례는 좋다고 봤고 이사와 집수리는 방위를 가리지 않았다. 수의와 이장, 절에 가는 일도 이 달에 모았다.
그래도 마음이 걸린다면 질문을 윤달에서 나에게로 옮겨 보시면 좋겠다. 지금 미루고 있는 일이 날 때문에 멈춰 있는가, 아니면 꺼내기가 어려워서 멈춰 있는가. 집안에서 반대하는 분이 말하는 것은 윤달인가, 그 일 자체인가. 내가 윤달을 핑계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가운데 하나라도 답이 떠오르면 다음에 할 일이 보인다. 옛사람들이 이 달을 고른 까닭도 하늘의 허락을 받고 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밀려 있던 일을 꺼낼 명분이 하나 필요했기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