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꿈은 답답한 꿈일까, 한 바퀴 돌아 제자리를 본 꿈일까
새벽에 땅을 파는 짐승이 나오는 꿈을 꾸고 나면 잠에서 깬 뒤에도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두더지 꿈은 어둡고 답답한 그림으로 먼저 떠오르는 탓에, 해몽을 찾아보기도 전에 마음이 흉몽 쪽으로 기울기 쉽다.
먼저 방향만 말해 두자면, 옛 풀이 가운데 이 짐승을 흉하게 못 박아 둔 대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두더지는 뱀이나 호랑이처럼 해몽 전승이 두껍게 쌓인 짐승이 못 되고, 그러니 없는 풀이를 지어 붙일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짐승을 주인공으로 삼은 옛이야기 하나가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고, 그 줄거리는 우리가 짐작하는 해몽의 순서와 다르다. 그 옛이야기를 펼치기 전에 갈라 둘 것이 하나 있다. 오늘 우리가 이 짐승의 이름에서 떠올리는 그림은, 정작 옛말에서 온 것이 아니다.

목차
두더지 꿈이 답답하게 읽히는 건 옛말 탓이 아니다
이 짐승의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망치로 때려잡는 그림이다. 그런데 그 그림은 옛 전승에서 온 것이 아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은 「두더지 잡기」와 「두더지 잡기식」을 표제어로 올려 두고, 게임용 망치로 무작위로 튀어 오르는 인형을 때려잡는 게임에 빗댄 말이라고 뜻풀이에 적어 두었다. 어떤 일이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손을 쓰는 방식을 가리키는 비유라는 것이다.
즉 답답함과 얻어맞음이라는 그림은 오락기에서 나온 요즘 말이지, 옛사람이 이 짐승에게 붙여 둔 해몽이 아니다. 이 글은 요즘 생긴 말의 그림을 옛 전승 쪽으로 되돌려 붙이지 않는다. 꿈 풀이를 찾을 때 그 그림이 먼저 끼어들면, 꿈이 하지도 않은 말을 들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두더지 꿈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면, 무거웠던 쪽이 간밤의 꿈이었는지 그 이름에 붙은 요즘 말이었는지부터 갈라 보는 편이 낫다.
옛이야기가 두더지에게 맡긴 자리는 따로 있다
같은 사전에 「두더지혼인설화」라는 표제어가 있다. 두더지가 자신과는 다른 더 훌륭한 사윗감을 찾으려고 여러 곳을 다니다가, 결국 두더지를 사위로 고른다는 줄거리의 설화라고 적혀 있고, 전국에 서른 종 남짓이 전해온다고도 되어 있다. 여러 고장이 오래 주고받은 옛이야기라는 뜻이다.
중간에 누구를 만났는지는 전하는 고장마다 달라서 여기서는 열지 않는다. 사전이 적어 둔 범위는 「여러 곳을 다녔다」까지다. 다만 그 대목이 헛걸음으로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 돌아본 뒤에야 골랐다는 순서로 적혀 있다. 옛사람들은 이 옛이야기를 두고 분수를 알라는 말로도 읽었지만, 같은 줄거리는 제자리의 값이 마지막에야 보였다는 쪽으로도 읽힌다. 같은 줄거리를 두고 갈래가 둘로 열리면, 길몽이는 거짓을 보태지 않는 선에서 마음이 놓이는 갈래를 먼저 편다.
간밤 그 두더지 꿈, 땅 밑이었나 땅 위였나
이 꿈은 짐승의 생김새보다 그 짐승이 들고 났던 자리에서 갈렸다. 아래 칸에서 간밤 꿈에 본 쪽을 찾아보면 된다.
| 땅 밑에서 굴을 파고 있었다 | 옛 풀이는 하던 일이 아직 겉으로 티가 안 나는 구간에 있다는 뜻으로 봤다. 성과가 늦은 꿈으로 보지 않고, 아직 지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꿈으로 봤다. |
| 파 놓은 자리가 무너져 있었다 | 손볼 데가 생겼다는 신호로 읽는 해몽이다. 겁낼 징조라기보다, 벌여 둔 것 가운데 받쳐 두지 않은 곳을 한 번 살피라는 쪽이다. |
| 두더지가 땅 위로 올라와 있었다 | 숨겨 두었던 사정이 드러나는 자리로 봤다. 흉몽으로만 볼 일은 아니고, 말을 꺼낼 때가 되었다는 풀이도 함께 전해온다. |
|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꿈으로 봤다. 결정을 미루는 것과 때를 기다리는 것은 다르다는 옛 풀이다. |
| 두더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 막연하던 걱정이 손에 잡히는 크기로 바뀌는 꿈으로 읽었다. 정체를 알면 크기가 준다는 옛 해몽과 결이 같다. |
| 여러 마리가 오갔다 | 일이 여러 갈래로 벌어져 있다는 표시로 봤다. 한꺼번에 다 잡으려 들면 그때그때 때려잡는 방식이 된다는 대목이다. |
| 쫓거나 때리려 했다 | 미루던 것을 급히 밀어붙이려는 마음이 비친 꿈으로 읽었다. 이 장면을 흉조로 못 박은 전승은 따로 없다. |
|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 흔치 않은 자리라 옛 풀이가 좋게 봤다. 답을 밖에서 찾다가 제자리로 눈이 돌아오는 꿈으로 전해온다. |

두더지 꿈을 오늘의 마음으로 옮기면
꿈에 나온 짐승이 유난히 꺼림칙할 때, 꺼림칙한 쪽은 짐승이 아니라 그 짐승에 얹어 둔 말인 경우가 많다. 옛 해몽이 짐승을 볼 때 늘 그 짐승이 사는 데부터 본 것도 같은 이치다. 두더지는 눈에 잘 안 띄는 데서 오래 움직이는 짐승이고, 심리 쪽으로 옮기면 그런 소재는 지금 남 눈에 안 보이는 자기 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요즘 애쓴 것이 티가 나지 않아 답답했다면, 이 꿈은 그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가깝다.
그리고 옛이야기의 끝을 오늘 밤 꿈자리에 그대로 얹어 둘 필요는 없다. 여러 곳을 다녀 보고 돌아왔다는 것이 진 것이라는 말은 그 옛이야기 어디에도 없다. 돌아온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꿈으로 읽어도 전승이 상하지 않는다.
상황별 두더지 꿈 해몽
두더지를 잡는 꿈
짐승을 잡는 꿈은 흔히 얻는 쪽으로 봤다. 다만 잡은 뒤에 무엇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게 전해온다. 놓아주었다면 붙들고 있던 걱정을 내려놓는 자리로,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아직 결론을 미뤄 둔 자리로 갈라 읽는 해몽이다.
두더지 태몽으로 물었다면
태몽으로 물어 오는 경우도 있는데, 땅을 파는 짐승은 예부터 부지런함과 살림을 모으는 결로 읽는 풀이가 많았다. 다만 어떤 꿈이든 태몽 여부를 한 장면으로 못 박지는 않았고, 뒤이어 꾼 꿈까지 함께 보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오늘 되짚어 볼 것 하나
요 며칠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물어본 데가 있다면, 그중 한 곳만 되짚어 본다. 답을 못 얻었다고 접어 둔 데에 사실은 반쯤 얻은 답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옛이야기 속 두더지도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야 처음 자리가 보였다.
갈라 두면 편한 두 가지
옛말 쪽 사전에 오른 옛이야기는 두더지를 여러 곳을 다 돌아보고 제자리를 고른 쪽에 세워 두었다.
요즘 말 쪽 때려잡는 그림은 게임에서 온 비유라고 사전이 뜻풀이에 적어 두었다. 꿈 해몽에 끌어올 근거가 아니다.
30초로 줄이면 이렇다.
- 두더지 꿈을 흉몽으로 못 박아 둔 옛 풀이는 없다.
- 답답한 그림은 옛 전승이 아닌 요즘 말에서 왔다.
- 해몽이 갈리는 대목은 짐승이 땅속에 있었는지 나와 있었는지다.
- 파 놓은 데가 무너졌다면 겁낼 징조보다 받칠 곳을 보라는 신호로 읽는다.
땅 밑에 사는 짐승이 나온 다른 꿈이 궁금하다면 쥐 꿈 해몽을 곳간 쪽 결로, 동굴 꿈 해몽을 숨는 쪽과 찾아가는 쪽으로 갈라 읽으면 된다. 생김새 때문에 흉몽으로 오해를 먼저 사는 짐승이라면 박쥐 꿈 해몽도 같은 결이다.
두더지 꿈, 이럴 땐 어떻게 보나
두더지 꿈은 흉몽인가
흉몽으로 못 박은 옛 풀이는 전해오지 않는다. 무섭게 느껴졌다면 대개 요즘 말이 만든 그림 탓이다. 장면 자체가 험하지 않았다면 굳이 흉몽 쪽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두더지가 집 안으로 들어온 꿈은 어떤가
집 안으로 들어온 짐승은 예부터 소식이 드는 쪽으로 봤다. 놀란 마음이 남았다면 살림 가운데 미뤄 둔 것 하나를 먼저 살피라는 신호로 읽어도 된다.
죽은 두더지를 본 꿈은 나쁜가
죽은 것을 본 꿈은 끝과 마무리 쪽으로 읽는 전승이 많다. 나쁜 일의 예고로 단정하기보다, 오래 끌던 일이 매듭에 가까워졌다는 표시로 보는 편이 무리가 없다.
간밤의 두더지는 어느 쪽에 있었는가. 땅 밑이었는지 땅 위였는지만 떠올려 보면, 이 꿈이 하려던 말은 대개 거기서 갈린다.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