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꿈이라면 손이 어느 쪽으로 오갔는지부터 본다

정초의 마을 농악대는 집집을 돌며 문 앞에서 풍물을 쳤다. 거지 꿈 이야기를 이 걸음에서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그 집의 안녕을 한 바퀴 빌어 준 다음 쌀과 돈을 받아 자루에 담아 갔다. 밖에서 보면 얻어 가는 걸음인데, 사전이 이 걸음을 설명하면서 먼저 적어 둔 것은 축원을 해 준다는 일이었다.

새벽에 거지가 나오는 꿈을 꾸고 이 글을 여셨다면 마음이 조금 내려앉았을 것이다. 그럴 만하다. 다만 민간에 전해오는 해몽은 이 꿈을 오래 재물에 붙여 읽어 왔다. 좋다 나쁘다를 가르기 전에 먼저 떠올려 볼 것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결이 제법 크게 갈린다.

목차읽는 데 약 5분

먼저 떠올릴 것은 그 손이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가다

꿈을 되짚을 때 우리는 대개 얼굴부터 찾는다. 남루한 옷차림, 내밀던 그릇, 마주친 눈빛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 꿈에서 결을 가르는 것은 그 사람의 행색보다 손이 어느 쪽으로 오갔는가다. 내가 무엇인가를 건넨 꿈인지, 도리어 받은 꿈인지, 서로 아무것도 오가지 않은 채 스쳐만 갔는지.

여기서 하나는 미리 갈라 두는 편이 정직하다. 옛 풀이가 이 꿈을 재물로 읽어 왔다는 것은 전해 오는데, 왜 그렇게 읽었는지까지 적어 둔 기록은 이 글이 찾지 못했다. 그러니 아래에 붙는 이유들은 그 빈 곳을 메우려는 읽기이지 전승 그 자체가 아니다. 그 선을 알고 읽으시는 편이 낫다.

거지 꿈이 재물로 읽힌 데는 이런 내력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걸립(乞粒)」을 이렇게 적어 두었다. 어떤 집단에 경비를 쓸 일이 있을 때 풍물을 치고 집집마다 다니며 축원을 해주고 돈과 곡식을 구하는 민속놀이(김선풍 집필, 1995 / 2023-04-18 최종수정). 정초와 추석에 마을 농악대가 나섰고, 절에서 나서기도 했으며, 무당이 나서는 갈래도 따로 있었다.

돌아가는 순서까지 남아 있다. 문굿으로 시작해 마당굿, 성주굿, 조왕굿, 터주굿, 우물굿으로 이어졌다. 집의 문간부터 마당과 부엌과 우물까지 한 바퀴 빌어 준 뒤에야 자루를 열었다. 그렇게 모인 것은 개인 주머니로 가지 않았다. 제사 비용, 제당을 고치는 일, 다리를 놓고 둑을 쌓는 일, 서당을 세우는 일에 쓰였다.

이 대목이 이 꿈을 오래 순하게 읽히게 한 배경으로 읽을 만하다. 문 앞에 선 사람이 손만 내밀고 있던 것으로 보였지만, 그는 이미 이 집에 무엇인가를 주고 난 뒤였다. 지금 가진 것이 모자라 보여 마음이 내려앉는 날이 있는데, 옛 마당의 걸음을 놓고 보면 받는 손과 주는 손이 한 사람에게 같이 붙어 있었다.

거지 꿈 해몽 초가집 옛 마당
걸립패가 돌던 옛 마당 — 문 앞에서 한 바퀴 빌어 준 다음에야 자루를 열었다

거지 꿈, 내 경우는 어느 대목에 있나

아래는 답을 먼저 두고 그 뒤에 장면을 붙였다. 자기 꿈과 맞는 문장을 찾으시면 그 앞의 한 마디가 그대로 풀이다.

재물로 읽는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내가 무엇인가를 쥐여 준 장면이면 그렇다. 같은 갈래로 읽는다. 돈이든 밥이든 옷이든 내 손에서 나간 것이 있었다면 그렇다. 들어올 것이 있다고 읽어도 된다. 거지가 도리어 내게 무엇인가를 건네주고 갔다면 그렇다.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도 된다. 그가 웃고 있었거나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면 그렇다. 열린 문으로 본다. 그 사람이 우리 집 마당이나 문 안까지 들어왔다면 그렇다.

마음 쪽으로 옮겨 읽는다. 꿈속의 거지가 나 자신이었다면 그렇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일이 앞에 놓여 있다는 표시로 받아도 된다. 손을 내밀면서 부끄러웠다면 그렇다. 아직 못 갚은 신세가 남아 있다고 읽으면 된다. 받기만 하고 돌아섰다면 그렇다. 요즘 사람에 대한 경계가 높아져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된다. 그가 무섭거나 성가시게 느껴졌다면 그렇다.

한 번 살펴볼 대목으로 둔다. 그를 밀어내거나 눈앞에서 문을 닫았다면 그렇다. 여기에 같이 둔다. 주려고 손을 들었다가 도로 거두었다면 그렇다. 역시 여기에 둔다. 여럿이 몰려와 나를 둘러쌌다면 그렇다.

전통 풀이 — 손에서 나간 것이 있으면 들어올 것도 있다고 보아, 민간 해몽은 이 꿈을 오래 재물에 붙여 읽어 왔다.

마음 쪽 풀이 — 요즘 심리에서는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나 아직 못 갚았다고 느끼는 신세가 사람의 모습을 빌려 나온 것으로 본다. 두 풀이는 서로를 지운다기보다 같은 장면의 앞뒤를 나눠 맡는다.

주는 꿈과 받는 꿈, 네 갈래를 하나씩

거지에게 무언가를 주는 꿈

이 갈래가 가장 순하게 읽힌다. 내 손에서 나간 것이 있었으니 들어올 것도 있다고 본 것이다. 준 것이 크고 작고는 크게 따지지 않아도 된다. 동전 한 닢이든 밥 한 그릇이든 건넸다는 방향이 이 꿈의 요지다. 재물의 크기가 궁금하시면 돈 꿈에 더 맞는 풀이가 있다.

거지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는 꿈

뜻밖의 도움이 들어오는 그림으로 읽는다. 기대하지 않던 데서 손이 오는 자리다. 받은 것이 음식이었다면 떡 꿈과 결이 이어진다. 나눠 받는 음식은 옛 살림에서 늘 인정의 표시였다.

내가 거지가 된 꿈

이 갈래를 무섭게 읽는 풀이도 물론 전한다. 다만 다르게 볼 여지가 넓다. 꿈에서 남의 처지를 입어 보는 일은 내 형편이 그렇게 된다는 예고보다, 요즘 마음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비춘 것으로 읽는 편이 대개 맞아떨어진다. 아쉬운 말을 해야 할 일이 앞에 있거나, 혼자 버티는 기간이 길어졌을 때 잘 나온다.

거지가 문 앞에 서 있는 꿈

문 앞은 안과 밖이 나뉘는 데라 옛 살림이 특별히 신경 쓰던 곳이다. 누군가 들어오려 하는 모습이니 사람이나 일이 하나 붙는 신호로 본다. 문 자체의 풀이는 대문 꿈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반대로 가져가는 쪽이 나오는 꿈은 결이 다르니 도둑 꿈을 보시는 편이 낫다.

거지 꿈 해몽 문 앞의 오래된 나무 문
안과 밖이 나뉘는 데서 이 꿈은 오래 갈렸다

이 꿈에서 한 번 짚어 볼 것은 가난해지느냐가 아니다. 물어볼 데를 옮겨 보시면 좋겠다 — 요즘 받기만 하고 아직 갚지 못한 데가 어디인가. 밥을 얻어먹은 데든, 시간을 빌린 데든, 말없이 편의를 봐 준 사람이든 좋다. 꿈에서 손을 내밀고 있던 쪽이 나였다면 특히 그렇다.

걸립패도 빌어 주고 받았다. 주고받음이 한쪽으로 오래 기울면 사람 사이가 뻐근해지는데, 그 뻐근함이 꿈으로 먼저 올라오기도 한다. 곳간에 쌓이는 갈래가 궁금하시면 쥐 꿈도 같은 재물 계열에 있다.

거지 꿈 해몽 곡식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두 손
곡식을 사이에 두면 손은 늘 둘이 된다

거지 꿈에 자주 묻는 것들

거지가 아는 사람 얼굴이었다면요?

요즘 그 사람과 주고받는 것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표시로 읽으시면 대개 맞습니다.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예고로 받으실 필요까지는 적습니다. 마음에 걸리시면 안부 한 번 물어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준 것이 하필 제 물건이었는데, 손해 보는 꿈인가요?

내 손에서 나갔다는 점이 이 꿈에서는 오히려 순하게 읽히는 자리입니다. 옛 풀이가 이 꿈을 재물에 붙여 읽은 것도 나간 방향을 보고 그런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실제 물건을 잃는다는 예고보다 그 방향을 보시는 편이 이 꿈에는 맞습니다.

아이가 이런 꿈을 꿨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 줄까요?

괜찮은 꿈이라고 먼저 말해 주시고, 꿈에서 무엇을 주었는지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아이는 대개 준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편안해집니다. 해몽을 길게 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몽으로도 볼 수 있나요?

태몽으로 세는 풀이는 이 소재에서 옅습니다. 이 갈래에서 옛 풀이는 한 줄로 끝냈고, 그래서 답도 짧습니다. 임신을 기다리는 중이시라면 태몽으로 자주 꼽히는 소재를 따로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요즘 받기만 한 사람이 한 명 떠오르셨다면, 그 사람에게 짧은 인사 한 줄을 먼저 건네 두시면 됩니다. 갚는 일이 아니라 건네는 일이라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냐는 한 줄이면 되고, 그걸로 이 꿈이 물어본 것에는 대답이 됩니다.

같은 재물 계열이 궁금하시면 위에 걸어 둔 돈 꿈과 쥐 꿈을, 문과 경계가 마음에 걸리시면 대문 꿈과 도둑 꿈을 이어서 보시면 됩니다.

걸립패가 다녀간 마당에서 오간 것은 한 방향이 아니었다. 소리가 들어가고 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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