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꿈, 보이려고 쓴 것과 가리려고 쓴 것은 풀이가 다르다

그 모자를 무엇 하려고 쓰고 있었는지 기억나는가. 여기서 말하는 모자는 어머니와 아들 쪽이 아니라 머리에 얹는 그 물건이다. 모자 꿈은 대체로 나쁘게 볼 꿈이 아니다. 그런데 답이 하나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전해오는 해몽은 이 물건을 주로 체면이나 자리로 읽었다. 머리 위로 올라가니 남 앞에서의 내 모양새로 본 것이다. 지금도 쓸모 있는 풀이인데, 그 하나만 붙들면 꿈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사람은 자기가 허세를 부린 것으로 결론이 나 버린다.

사전이 이 물건을 풀이하며 적어 둔 목적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그 둘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꿈이 꽤 다르게 읽힌다.

목차읽는 데 약 5분

모자 꿈은 보이려고 쓴 것인가, 가리려고 쓴 것인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모자를 「예의를 갖출 경우나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해 머리에 쓰는 물건」으로 풀었다. 한 문장 안에 목적이 둘이다. 앞은 남에게 보이는 쪽, 뒤는 나를 지키는 쪽이다.

모자 꿈은 전통적으로 체면과 자리를 뜻하는 길몽으로 전해온다. 앞의 목적만 물려받은 읽기다. 옛사람은 머리에 무엇이 얹히면 그만한 대접이 따라온다고 여겼고, 그래서 새 모자를 얻는 꿈을 좋은 징조로 풀었다.

뒤의 목적으로 읽으면 결이 달라진다. 볕이 따갑거나 바람이 찰 때 머리를 덮는 일은 아무도 흉보지 않는다. 꿈에서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면 그건 감추려던 것이 아니라 덮어 두고 쉬려던 것일 수 있다. 우산 꿈이 비를 피하는 일로 읽히는 것과 같은 결이다. 덮은 것을 곧바로 감춘 것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

모자 꿈에서 자주 나오는 네 장면

남의 모자를 쓰는 꿈

전해오는 풀이에서는 남의 자리를 잠시 맡는 일로 봤다. 대행이나 대타, 갑자기 떠맡은 역할이 여기 걸린다. 흉하게 보지는 않았고, 그 자리가 원래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남는다.

모자를 잃어버리는 꿈

체면이 상하는 일로 읽히기 쉽지만, 옛 풀이는 짐이 하나 줄어드는 쪽으로도 읽었다. 오래 쓰고 있던 역할에서 놓여나는 시기와 겹치는 일이 많다. 신발 꿈에서 잃어버리는 장면과 비슷한 결이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꿈

내 손을 떠나 밖에서 벗겨 간 장면이다. 옛사람은 내 뜻과 무관하게 자리가 흔들리는 일로 봤다. 날아간 모자를 주워 다시 쓴 꿈이면 그 흔들림이 오래가지 않는 쪽으로 읽었다.

새 모자를 받거나 사는 꿈

옛 풀이가 네 갈래 가운데 가장 밝게 본 자리다. 새 이름이나 새 직함이 붙는 길몽으로 읽었다. 받은 모자가 유난히 커 보였다면 아래 다섯째 대목을 같이 보면 좋겠다.

모자 꿈 해몽 — 벗어 둔 모자
쓰고 벗기를 되풀이하는 물건이다

갓은 두 부분이었고, 그중 위쪽 이름이 모자였다

같은 사전의 「갓」 항목은 이 물건을 「조선시대 성인 남자가 머리에 쓰던 관모(冠帽)」로 적었다. 그리고 갓이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밝혀 두었다. 위쪽 통 부분이 모자(帽屋)이고, 아래로 퍼진 차양이 양태(凉太)다. 지금 우리가 쓰는 모자라는 말이 원래 갓 윗부분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나머지 절반이다. 양태는 얼굴에 그늘을 만드는 부분이다. 사전은 갓을 두고 「위엄과 체모를 상징」한다고 적었는데, 그 위엄을 이루는 물건의 절반이 실은 가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정직하게 밝혀 둘 것이 하나 있다. 원래 목적은 둘로 적혀 있는데 전해오는 해몽은 앞의 하나만 물려받았다. 없는 전승을 지어 뒤를 채울 생각은 없고, 사전에 둘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 그대로 옮겨 둔다.

옛 풀이 쪽 — 머리에 얹히는 것은 대접이고 자리다. 새로 쓰면 얻는 것, 벗겨지면 흔들리는 것으로 읽었다.

지금 말로 옮기면 — 남에게 보이는 나와, 남에게 안 보이고 싶은 마음 사이의 거리다. 그 거리가 클수록 이 꿈이 자주 온다.

내 모자 꿈은 어느 자리에 놓이나

모자 꿈 해몽은 결국 자기 장면을 얹어 보는 일이다. 아래 칸은 누구 눈에 걸렸느냐로 넷을 묶었다.

아무도 보지 않던 동안 — ① 혼자 방에서 써 본 꿈은 아직 맡지 않은 역할을 미리 재 본 것이다. ② 손에만 들고 있던 꿈은 맡을지 말지 정하지 못한 상태에 가깝다. ③ 벗어 무릎에 놓아둔 꿈은 잠시 내려놓아도 되는 시기에 가깝다.

내 눈에만 걸리던 동안 — ④ 거울 앞에서 고쳐 쓴 꿈은 내가 나를 검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⑤ 자꾸 흘러내리던 꿈과 ⑥ 머리를 조이던 꿈은 결이 반대다. 앞은 너무 큰 것을, 뒤는 너무 작은 것을 오래 쓰고 있는 장면이다. ⑦ 얼룩이나 구멍이 눈에 띈 꿈은 남은 모르는 흠 하나를 나만 알고 있을 때 잘 나온다.

남 눈에 들어간 동안 — ⑧ 사람들 앞에서 쓰고 있던 꿈은 평판이 걸린 일을 앞둔 때 흔하다. ⑨ 벗겨져 굴러간 꿈은 셋째 장면과 같은 갈래다. ⑩ 남의 모자를 대신 쓰고 있던 꿈은 그 자리가 원래 누구 것인지 꿈이 먼저 알아본 경우다.

누가 말을 건 다음 — ⑪ 벗으라는 말을 들은 꿈은 놓아도 되는 것을 붙들고 있을 때 자주 온다. ⑫ 누가 씌워 준 꿈은 받고 좋았는지 부담스러웠는지로 갈린다. 좋았다면 새 역할이고, 무거웠다면 아직 이르다는 쪽이다.

모자 꿈과 조선의 갓 — 모자와 양태 두 부분
위쪽 통이 모자, 아래 차양이 양태다

조심할 데가 있다면 치수 쪽이다

이 꿈에 무거운 결이 있다면 대개 머리에 닿던 감각에 남아 있다. 헐거워 자꾸 내려오던 느낌, 관자놀이를 누르던 느낌이 그렇다. 물어볼 것은 「내 머리에 맞았나」 한 줄이다. 좋은 모자였는지는 그다음이다.

맞지 않는 것을 오래 쓰고 있으면 사람은 그 사실을 잊는다. 큰 것은 자꾸 손이 올라가게 만들고, 작은 것은 하루가 끝날 무렵에야 자국으로 알려 준다. 이 꿈이 그 감각을 들고 왔다면 치수를 재 볼 때가 됐다는 신호로 읽으면 된다. 지금 맡은 일 가운데 내게 헐겁거나 빡빡한 것이 있는지, 그 하나만 짚어 두면 된다.

모자 꿈을 자꾸 꾸는 사람에게

이 꿈이 잦은 사람은 대개 남의 눈을 실제보다 크게 센다. 여기에는 오래된 실측이 있다. 심리학자 길로비치·메드벡·서비츠키는 세 가지 연구를 함께 보고했다(Gilovich, Medvec & Savitsky, 「The spotlight effect in social judg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권 2호, 2000, 211~222쪽).

첫째, 난처한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방에 들어간 참가자들은 방 안 사람의 약 46퍼센트가 알아봤으리라 답했지만 실제는 약 23퍼센트였다. 둘째, 마음에 드는 인물이 인쇄된 티셔츠로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추정은 약 48퍼센트, 실제는 약 8퍼센트였다. 셋째, 옷 대신 집단 토론에서의 자기 발언을 물었을 때도 참가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두드러졌는지를 여섯 항목 모두에서 높게 잡았다.

세 연구가 같은 곳을 가리킨다. 남들은 우리 생각만큼 우리 머리 위를 보지 않는다. 시험 보는 꿈이나 머리카락 꿈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오는 것도 이 때문일 때가 많다.

오늘 해 볼 일을 하나만 고르자면 이렇다. 지금 남 앞에서 덮어 두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를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에게만 말해 두는 것이다. 전부 벗을 필요는 없고 한 사람 앞에서만 벗어 보면 된다.

모자는 붙박이가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 올렸다 내리는 물건이고, 꿈에 나온 그것도 그만큼만 데리고 다니면 된다.

자주 묻는 것들

모자 꿈을 며칠째 반복해서 꾸는데 괜찮은가요

같은 꿈이 이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그 자체로 흉이 되지는 않습니다. 되풀이될 때는 전체를 다시 풀지 말고 어제와 달라진 데만 보시면 됩니다. 모자의 크기나 쓴 사람이 바뀌었다면 그 한 가지가 지금 마음이 옮겨 간 곳입니다.

모자 꿈도 태몽으로 보나요

옛 풀이에서 이 소재는 태몽으로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새 모자를 받는 꿈이 가족에게 좋은 소식이 붙는 결로 읽힌 정도입니다. 태몽인지는 꿈의 물건보다 꾼 사람의 상황이 먼저 정합니다.

꿈에 나온 모자 색이 중요한가요

색만 떼어 길흉을 가르는 전승은 두껍지 않습니다. 색이 유난히 또렷했다면 그 장면이 그만큼 오래 남았다는 표시로 보시면 됩니다. 색보다 먼저 볼 것은 그 모자가 머리에 맞았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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