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 꿈에 붙은 옛말 둘은 서로 정반대를 가리킨다
버선 꿈의 답은 옛말 두 마디 사이에서 갈린다. 이 물건에 굳은 말이 둘인데 서로 반대편을 가리킨다. 하나는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대목에 쓰이고, 하나는 반가워서 못 참겠다는 대목에 쓰인다. 간밤 어느 쪽이었는지는 버선의 한 군데만 떠올리면 잡힌다.
목차
옛사람은 이 물건의 자리마다 이름을 따로 붙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버선을 「발을 따뜻하게 하고 모양을 맵시 있게 하기 위하여 천으로 만들어 신는 물건」으로 적는다. 한자말로는 족의(足衣) 또는 말(襪)이다. 종류는 솜버선과 겹버선, 홑버선, 누비버선, 그리고 아이가 신던 타래버선으로 나뉜다.
눈에 띄는 것은 부위 이름이다. 한 켤레 안에서 수눅, 코, 회목, 부리, 목, 볼을 따로 불렀다. 천 한 장인데 이름 붙은 데가 여섯이다. 다만 이 사전 항목에 꿈이나 해몽 이야기는 한 줄도 없다. 이 글이 항목에서 쓰는 것은 부위 이름과 종류까지다.
버선 꿈이 답답하게 남았다면 목을 먼저 떠올린다
여섯 가운데 속담이 붙은 데는 목이다. 버선목은 발목에 닿는 부분을 가리키고, 국립국어원 사전에 「버선목이라 뒤집어 보이지도 못하고」가 실려 있다. 뜻은 「버선목처럼 뒤집어 보일 수도 없어 답답하다는 뜻으로, 아무리 해명을 해도 상대편이 수긍을 하지 않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버선목이라 뒤집어 보이나」로도 쓴다.
이 속담이 굳었다는 것은 아무리 말해도 안 믿기는 일을 겪은 사람이 그만큼 흔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버선 꿈이 답답하게 남는 밤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기대 하나는 정직하게 깎아 두는 편이 낫다. 속을 다 보여 주면 오해가 풀린다는 기대는 대체로 어긋난다. 현대 심리에도 같은 결이 있다. 길로비치와 사비츠키, 메드벡은 사람이 제 속마음이 남에게 훤히 보인다고 실제보다 크게 짐작한다는 것을 세 묶음으로 보고했다(Gilovich, Savitsky & Medvec, 「The Illusion of Transparenc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2), 1998, 332~346). 거짓말이 들킬 것이라는 예측, 역한 음료를 마시며 표정을 감춘 장면, 규칙을 어기는 광경 앞에서 제 걱정이 얼마나 드러나 보였을까 하는 짐작이다. 셋 다 본인 짐작이 남의 판독보다 높았다.
신을 신을 새도 없이 나가던 발
반대쪽 옛말은 버선발이다. 사전은 이 낱말을 「버선만 신고 신을 신지 않은 발」로 적는다. 여기서 나온 「버선발로 뛰어나갔다」는 지금도 쓰는 말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를 재는 눈금의 가장 윗칸이다. 신을 꿰어 신을 몇 초조차 아깝다는 뜻이니 그렇다.
그러니까 이 물건은 안쪽에 신어 남에게 안 보이면서, 그것만 신고 뛰쳐나갈 때 마음이 가장 크게 읽혔다. 버선 꿈에서 그 발의 방향을 먼저 보는 까닭이 여기 있다.
버선 꿈 해몽, 간밤 장면별로 갈라 본다
아래 갈래는 옛 해몽서에서 목록째 옮긴 것이 아니다. 위 자료와 전해 오는 풀이를 읽고 이 글이 나눠 세운 칸이니, 자기 장면에 가까운 데를 골라 읽으시면 된다.
새 버선 꿈, 헌 버선 꿈
갓 지은 흰 버선을 신었다면 길몽 쪽으로 읽는다. 옛 풀이는 발이 편해지는 장면을 대체로 반가운 쪽에 두었다. 남이 지어 준 버선이면 나를 챙기는 손이 가까이 있다는 결이다. 낡고 헐거웠다면 오래 끌어 온 일이 하나 있다는 표시로 본다. 새것과 헌것이 같이 나왔다면 갈아 신을 때가 왔다는 쪽이다.
버선 벗겨지는 꿈, 흘러내린 꿈
목이 헐거워 자꾸 흘러내렸다면 붙들어 매 두지 않은 약속이 있다는 결이다. 남 앞에서 벗겨졌다면 감추려던 것이 드러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그대로 나온 장면이다. 이 갈래를 흉몽으로 못 박지는 않았다. 말로 풀려던 일이 하나 밀려 있다는 표시로 읽어 두는 편이 쓸모 있다. 스스로 벗어 가지런히 놓았다면 결이 다르다. 내려놓기를 이미 정한 사람의 꿈자리다.
버선이 젖거나 터진 꿈
물에 젖었다면 걱정이 발밑까지 왔다는 결이되, 젖은 것은 마르니 오래 가는 흉조로는 안 봤다. 볼이 터져 구멍이 났다면 살림의 어느 대목을 그동안 아껴 왔다는 신호다. 흙이 묻어 지저분했다면 밖에서 애쓴 자취로 본다. 빨래하는 꿈이 이어졌다면 그쪽 풀이와 같이 보시면 된다.
남의 버선, 아이 버선, 짝이 안 맞는 버선
남의 버선을 신고 있었다면 지금 누구의 몫을 떠맡고 있는지를 묻는 꿈이다. 짝이 안 맞거나 한 짝만 남았다면 짝을 이뤄야 할 일이 한쪽만 준비됐다는 결이다. 누가 내 발에 신겨 주었다면 손을 빌려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쪽으로 읽는다. 아이 버선은 다음 대목에서 이어 본다.

아이 것에는 수를 놓았고, 시집갈 때는 열여덟 켤레를 지었다
타래버선은 돌 이전부터 두세 살까지 아이가 신던 버선이다. 한국의식주생활사전은 양 볼에 길상 문양을 수놓고 버선코에 색실 술을 달았다고 적는다. 사내아이는 청색, 계집아이는 홍색 대님을 달았고, 오래 살라고 「팔십(八十)」을 놓기도 했다. 계절에 따라 겹으로도 지었다.
어른 것도 그랬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은 신부가 혼수로 버선을 수십 켤레씩 장만했다고 적고, 진주 하씨 무덤에서 솜버선 열여덟 켤레가 나온 사실을 든다. 남 눈에 거의 안 보이는 물건에 수를 놓고 열여덟 켤레를 지어 보냈다는 말이다.
그러니 오늘 하실 일은 말을 보태는 쪽에 있지 않다. 해명하고 싶은 사람이 하나 떠오르셨다면, 문장을 더 붙이지 마시고 그 사람과 약속한 곳에 조금 먼저 나가 문 앞에서 맞아 보시면 된다. 버선발이 하던 일이 그것이었다. 마중은 설명보다 짧고, 설명이 못 하던 몫을 한다.
· 목이 헐겁고 답답한 결 → 말로 풀려던 일이 한 건 밀려 있다는 표시
· 새것을 신거나 남이 신겨 준 결 → 챙기는 손이 가까이 있다는 길몽 쪽
· 버선발로 나선 결 → 반가움이 예의보다 앞선 꿈자리
· 젖고 터진 결 → 흉몽으로 못 박아 온 갈래가 아님
· 오늘 할 일 하나 → 해명 한 줄을 더 붙이지 말고, 문 앞까지 마중 나가 보기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지는 철이다. 옛사람도 이 물건을 철에 따라 두께를 달리해 지었다. 솜을 둔 것과 겹으로 지은 것, 홑으로 지은 것이 따로 있었던 까닭이다. 간밤 꿈이 새 버선이었든 헐거운 버선이었든, 이 철에는 발부터 따뜻하게 두시라는 말로 받아 두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옷차림이 걸리는 꿈이 이어진다면 옷 꿈이나 이불 꿈, 치마 꿈 풀이도 같이 보시고, 몸에 지니던 물건이 나온 꿈이라면 비녀 꿈 쪽 결이 가깝다.
버선 꿈을 두고 자주 묻는 것들
버선이 어떤 색이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색을 못 떠올려도 해몽은 된다. 이 꿈에서 먼저 세는 것은 색이 아니라 목이 헐거웠는지와 발이 어디로 향했는지다. 둘 중 하나만 기억나도 갈래가 잡힌다.
버선 꿈이 태몽일 수도 있나요
아이 물건이 나오면 태몽인가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전해 오는 태몽 목록에 이 물건이 자주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몸의 일은 꿈과 따로 두고 병원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같은 버선 꿈을 며칠째 꿉니다
같은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그 일이 아직 안 끝났다는 표시로 읽어 왔다. 흉몽으로 셀 일은 아니다. 오늘 그 일에서 한 걸음만 옮겨 두면 대개 꿈자리도 같이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