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꿈 해몽 — 길몽이

키 꿈은 버린 꿈일까, 골라낸 꿈일까

곡식을 거두는 철이면 이 연장이 나오는 꿈자리를 봤다는 말이 는다. 하나만 못 박아 두자. 사람 키가 아니라 곡식을 담아 위아래로 부치던 그 넓적한 연장이다.

한 줄로 먼저 답하면, 키 꿈은 고르는 자리에 선 꿈이다. 다만 해몽이 갈리는 데가 하나 있다 — 간밤 그 키에서 눈에 남은 것이 날아간 쪽이었는지, 뒤에 모인 쪽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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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꿈, 무엇이 눈에 남았는지부터 본다

이 꿈이 꺼림칙하게 느껴진다면 낱말 탓이 크다. 「까부른다」가 「버린다」처럼 들려서다. 그런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키」 항목의 정의는 이렇다.

곡식 등을 까불러서 쭉정이·티끌·검부러기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데 쓰는 용구.

걸러낸다는 말이지 없앤다는 말이 아니다. 담아서 부치면 가벼운 것은 앞으로 날아가고 무거운 것은 뒤로 모인다. 덜어 내는 일보다 갈라 세우는 일에 가깝다.

까불러 버리는 연장이라는 이름에서 고르는 연장이라는 제 이름을 되찾아 주면, 간밤의 꿈자리도 무엇을 흘려보낸 밤에서 무엇을 남겨 둔 밤으로 옮겨 앉는다.

정직하게 적어 둔다. 「키 꿈은 재물이 흩어진다」는 옛 풀이의 전거를 찾지 못했다. 사전 항목에 이 연장의 해몽은 한 줄도 없었고, 아래 금기들도 살림의 금기이지 꿈에 붙은 길흉이 아니다.

옛 살림에서 이 연장은 지키는 쪽에도 서 있었다

미움을 산 자리가 옛날에도 있기는 했다. 사전은 경상남도에서 정초 첫 장에 키를 사지 않았다고 적는다. 까부는 연장이라 복이 달아난다고 여겨, 모르고 사 오면 어른이 부수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기록은 이 연장을 반대쪽에도 세운다. 제주에서는 섣달그믐에 키를 씻어 엎어 두었다가 새해 아침 그 자리에 무엇이 쌓였는지로 그해 곡식을 점쳤다. 「키점」이라 불린 풍습에서 키는 한 해의 운을 받아 두는 그릇이었다.

오줌을 잘 못 가리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러 보내던 풍속도 남아 있다. 널리 아는 장면은 망신 주기다. 그런데 사전 「농기구」 항목이 적어 둔 까닭은 다른 쪽을 본다.

연약한 아이를 수많은 눈을 가진 도구를 통해 보호하는 것이다.

장면과 까닭이 이렇게 어긋난다. 지금 아이에게 그대로 할 일은 물론 아니다. 다만 이 풍속이 본래 벌 주는 일로 적혀 있지 않았다는 건 알아 둘 만하다.

간밤의 키 꿈, 한 줄로

결론은 순한 갈래에 든다. 다만 길흉을 정해 둔 옛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다. 길몽인지 흉몽인지 매기는 일보다 부치고 난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먼저 떠올려 보시면 된다.

키 꿈 해몽 곡식을 까부르던 키
부쳐서 앞뒤로 갈라 세우는 키질 — 이웃 나라(네팔)에 남아 있는 같은 쓰임

내 키 꿈은 어느 쪽이었나 — 열 칸으로 갈라 본다

아래 열 칸에는 옛 해몽의 근거가 붙어 있지 않다. 사전이 적어 둔 쓰임에 오늘의 마음을 얹어 본 풀이이니, 가까운 칸에서 멈추시면 된다.

눈에 남은 쪽으로 — ① 뒤에 모인 알곡이 또렷했다면 쥔 것이 줄지 않았다는 길한 징조. ② 날아간 검부러기가 오래 남았다면 잃은 쪽을 자꾸 세고 있다는 뜻. ③ 둘 다 흐릿하고 손놀림만 남았다면 아직 결과를 물을 때가 아니라는 풀이. ④ 키가 비어 있었다면 시작 전이라는 대목이다.

담겨 있던 것으로 — ⑤ 그득했다면 고를 것이 많다는 말이니 길몽 쪽으로 읽어도 된다. ⑥ 몇 알 안 됐다면 적은 것을 아껴 가리는 때. ⑦ 곡식이 아닌 것이 담겼다면 가리려는 것이 여기 담을 물건이 맞는지부터 보게 한다.

키 자체로 — ⑧ 결이 곱고 새것 같았다면 가릴 힘이 남았다는 뜻. ⑨ 낡고 헐었다면 오래 쓴 기준이 물러졌다는 징조. ⑩ 쥐고도 부치지 못했다면 마음이 아직 안 정해진 때다.

남긴 것보다 흘려보낸 것이 오래 기억에 남기 쉬운 것은 꿈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키질하는 꿈

옛 살림은 이 동작의 방향을 꽤 따졌다. 사전은 키질을 집 안쪽을 향해 했다고 적는다. 바깥으로 서서 부치면 복이 그만큼 나간다고 여겼고, 윤달에 마당 쪽으로 부치면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을 내쫓는 격이라 꺼렸다. 꿈에서 바깥을 향하고 있었어도 흉조가 예고된 자리로 볼 일은 아니다. 요즘 애쓰는 방향이 바깥으로만 나 있지 않은지 눈여겨볼 자리이고, 몸을 돌려 앉히면 그만인 동작이었다.

키에 곡식이 가득한 꿈

마음이 가장 놓이는 갈래다. 다만 양보다 먼저 볼 것은 갈라졌느냐다. 그득한 채로 부치지 않고 있었다면 아직 손을 안 댄 일이 쌓여 있다는 뜻에 가깝다.

키가 부서지는 꿈

마음이 내려앉는 갈래이니 감추지 않고 적는다. 가르는 연장이 망가진 대목이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기준이 흔들린다는 징조로 풀면 도움이 된다. 앞일이 무너진다는 흉조로 볼 것은 아니다. 빗자루 꿈이 쓸어 모으는 자리를 묻듯, 이 꿈은 가려내는 자리를 묻는다.

키 꿈에서 알곡과 검부러기가 갈리는 자리
부치고 나면 뒤에 남는 쪽이 이 알곡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하나

이 꿈은 행동 하나로 대개 제 할 일을 마친다. 오늘 안에 한 군데만 정하자. 서랍 한 칸이든 미뤄 둔 목록이든, 거기 쌓인 것 가운데 남길 것 셋만 추려 놓는 것이다. 버릴 것까지 정할 필요는 없다. 추려 놓고 나면 남긴 쪽이 버린 쪽보다 눈에 먼저 든다.

끝으로 생김새를 일러 둔다. 사전은 키의 양 앞쪽에 작은 날개가 붙어 바람이 잘 일어나게 했다고 적는다. 바람을 기다리던 물건이 아니라 부치면 제 손에서 바람이 나던 물건이다. 간밤에 쥐고 있던 것이 그런 물건이었다.

키 꿈 해몽에 붙는 물음 셋

키 꿈을 꾸면 재물이 나간다던데 맞나요?

그렇게 정해 둔 옛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다. 정초에 키를 사지 않던 금기는 물건을 들이는 일에 붙은 것이지 해몽이 아니다.

키가 아니라 체였던 것 같은데 해몽이 다른가요?

결이 조금 다르다. 체는 아래로 내려보내 거르고, 키는 부쳐서 앞뒤로 갈라 세운다. 손이 위아래로 흔들렸다면 키 쪽이고, 흐릿하면 굳이 가리지 않아도 해몽은 같은 자리에 선다.

같은 꿈을 여러 밤 꿨습니다

키질은 원래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담고 부치고 다시 담기를 되풀이하던 동작이라 여러 밤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한 번에 다 갈리지 않아도 된다.

곁들여 읽을 것 둘 — 이 풍속에 함께 나오는 소금 꿈과 문전신이 지키던 대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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