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꿈에서 옛사람이 이 뿌리에 건 것은 무엇이었나
고구마 꿈을 꾸고 나면 대개 두 가지를 먼저 센다. 얼마나 캤는지, 알이 굵었는지. 전해 오는 해몽 풀이도 거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왔다. 그런데 이 뿌리가 이 땅에 심긴 사정을 보고 나면 셈하는 자리가 바뀐다. 고구마는 잘되는 해를 바라고 들여온 작물이 아니었다.
목차
고구마 꿈에서 먼저 보는 것은 캔 양이 아니라 그해다
꿈에 고구마가 나오면 수확 장면부터 떠오른다. 그래서 풀이도 곧장 재물 쪽으로 간다. 다만 이 작물의 옛 내력은 잘 든 해가 아니라 못 든 해 옆에 붙어 있다. 고구마 꿈에서 캔 양보다 먼저 볼 것은, 지금 내가 어떤 해를 건너는 중인가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이 꿈은 얼마를 얻는지 알려 주는 길몽이라기보다, 무엇을 넘기려고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 되묻는 꿈자리에 가깝다. 그렇게 풀어도 되는 까닭은 이 뿌리가 건너온 길에 적혀 있다.

이 뿌리가 이 땅에 들어온 해, 1763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고구마를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적고, 1763년 조엄이 통신사로 가던 중 대마도에서 종자를 얻어 동래와 제주도에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같은 사전의 「조엄」 항목은 그가 다녀온 뒤 보장법과 재배법을 아울러 보급했다고 덧붙인다.
옛 이름은 하나가 아니었다. 사전은 감저(甘藷), 조저(趙藷), 남감저(南甘藷)를 함께 적고, 「고구마」라는 말은 일본말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한다. 들여온 뒤에는 『강씨감저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구마 전문서로 꼽히고, 1834년에는 서유구가 『종저보』를 지었다.
종자를 바다 건너에서 구해 온 이유는 맛이 아니었다. 사전은 이 뿌리가 끼니를 대신할 수 있어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재배되어 왔다고 적는다. 구황은 흉년을 넘기는 일이다. 이 뿌리가 이 땅에서 맡은 일은 잘되는 해를 더 잘되게 하는 쪽이 아니라, 못 되는 해에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쪽이었다. 이 글이 고구마 꿈을 읽는 바탕도 거기에 둔다.
감저(甘藷): 단맛 나는 마라는 뜻
조저(趙藷): 조엄의 성을 붙인 이름
고구마: 일본말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왔다고 사전은 적는다
고구마 꿈이 재물 쪽으로 읽혀 온 까닭과 그 한계
전해 오는 해몽에서 땅에 묻힌 것을 캐고 곡식을 거두는 꿈은 대체로 얻는 쪽으로 봤다. 감춰진 것이 드러나 손에 들어오는 꿈이니 길몽으로 읽을 자리가 넉넉했다. 고구마 꿈을 재물로 푸는 요즘 글도 이 갈래에 얹혀 있다.
다만 정직하게 적어 둘 것이 있다. 전해 오는 해몽 목록에서 고구마만 따로 선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땅에 들어온 지 이백육십 해 남짓이라 이 뿌리에만 붙은 풀이가 쌓일 시간이 짧았던 탓으로 본다. 지금 도는 갈래는 옛 문헌이 나눠 둔 구분이라기보다, 근래의 해몽 글이 뿌리와 수확 갈래에 얹어 정리한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이 꿈에서 재물의 크기를 읽어 내려 하면 대개 어긋난다. 이 꿈에 건 기대는 조금 깎아 두는 편이 낫다. 대신 이 꿈이 쓸모 있는 자리는 따로 있는데, 넘기는 일 쪽이다. 토란 꿈처럼 땅 아래에서 자란 것이 나오는 꿈은 결과의 크기보다 그 자리에 무엇을 묻어 두었는지를 묻는 쪽에 가깝다.
고구마 꿈이 며칠씩 마음에 남아 있을 때
꿈이 오래 남는 것은 그 장면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요즘 마음이 거기에 붙잡을 것이 있어서인 경우가 많다. 고구마는 땅 위 줄기만 봐서는 아래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작물이다. 캐 봐야 안다. 결과를 아직 알 수 없는 일을 붙들고 있다면, 이 꿈이 오래 남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꿈은 겁낼 자리도 아니지만 덮어 둘 자리도 아니다. 같은 꿈자리가 되풀이되고 그때마다 잠이 깬다면, 꿈이 흉하다기보다 요즘 짊어진 것에 손볼 데가 있다는 신호로 본다. 꿈은 알림이지 판결이 아니다.

고구마 꿈, 장면마다 갈리는 자리
같은 뿌리라도 놓인 자리에 따라 해몽이 갈린다. 자기 꿈에 가까운 줄을 찾으면 된다.
꿈속 땅 아래가 어땠나
알이 굵게 여러 개 달려 나왔다. 넘기려고 묻어 둔 것이 생각보다 여물었다는 길몽으로 읽되, 그 크기를 얻을 액수로 옮기지는 않는다.
알이 잘고 적었다. 흉몽으로 볼 자리는 아니고, 지금 기대고 있는 것이 하나뿐인지 되짚어 보라는 신호에 가깝다.
줄기와 잎만 무성하고 알이 없었다. 벌여 놓은 일과 실제로 쌓인 것이 어긋나 있다는 뜻으로 보는 풀이가 많다.
그 꿈에서 내가 무엇을 했나
캐다 말고 손을 놓았다. 그만두라는 징조라기보다, 이 일에 쓸 힘이 얼마나 남았는지 셈해 보라는 꿈자리로 본다.
누군가에게 나눠 주었다. 전해 오는 해몽에서 나누는 꿈은 무던한 쪽이라, 덜어 낸 만큼 가벼워지는 길몽으로 읽는다.
광이나 항아리에 쟁여 두었다. 쓰는 쪽보다 남겨 두는 쪽에 마음이 가 있다는 뜻이니, 대비 쪽에 선 꿈자리다.
고구마 꿈 상황별 풀이
고구마 캐는 꿈
가장 흔한 꿈이다. 캐는 일은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 옛 해몽에서도 무던한 쪽으로 봤다. 다만 캔 양보다, 캐면서 마음이 급했는지 느긋했는지가 요즘 마음을 더 잘 비춘다.
고구마 먹는 꿈
먹는 꿈은 전해 오는 해몽에서 대체로 채워지는 쪽으로 읽혔다. 목이 메었거나 맛이 없었다면 흉몽으로 옮기기보다, 끼니와 잠 쪽을 먼저 살피는 편이 낫다.
고구마 받는 꿈
남에게서 받는 꿈은 옛 해몽에서 물건을 받는 갈래에 얹힌다. 준 사람이 또렷했다면 그 관계에서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되짚어 볼 꿈자리다.
썩은 고구마 꿈
상한 것이 섞여 나왔다면 골라낼 것이 있다는 쪽으로 읽는다. 솎아 내는 꿈은 잃는 일보다 점검에 가까워 흉조로 단정할 근거가 얇다.
고구마 심는 꿈
심는 꿈은 거두는 꿈과 방향이 반대다. 쥔 것이 없어 불안한 꿈이 아니라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쪽으로 푸는 편이 이 꿈의 결에 맞는 해몽이다.
고구마 꿈을 덮고 오늘 해 둘 일 하나
이 꿈이 자꾸 떠오른다면 해몽을 더 찾기보다 오늘 하나를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잘 풀릴 때 쓸 계획 말고, 안 풀릴 때 기댈 것을 하나만 고르는 것이다. 전화 한 통 할 사람이어도 되고, 미뤄 둔 잠 한 시간이어도 된다.
이 뿌리가 이 땅에서 하던 일도 그것이었다. 잘될 해를 점치려고 심은 것이 아니라, 못 들 해가 왔을 때 무너지지 않으려고 하나 더 마련해 둔 것이다. 밭 가는 꿈이 흙의 방향을 묻듯, 이 꿈은 내가 기대 둘 자리를 묻는다.
고구마 꿈 30초 요약
· 고구마 꿈은 캔 양보다 지금 건너는 해를 먼저 보는 꿈이다.
· 사전은 1763년 조엄이 대마도에서 종자를 얻어 왔고 구황작물로 재배되어 왔다고 적는다.
· 전해 오는 해몽에 고구마만 선 항목은 확인되지 않고, 재물 풀이는 근래에 얹힌 해몽에 가깝다.
· 꿈은 땅 아래가 어땠나와 그 자리에서 한 일로 갈린다.
· 꿈은 덮고, 오늘은 안 풀릴 때 기댈 것 하나를 정해 둔다.

자주 묻는 질문
고구마 꿈도 태몽일 수 있나요?
태몽은 꾼 사람과 그 집안의 사정 안에서 읽는 것이라, 뿌리가 나왔다고 곧장 태몽이 되지는 않는다. 손에 들어오는 느낌이 또렷했다면 태몽 갈래로 볼 여지는 있다. 다만 성별이나 시기를 이 꿈 하나로 정하는 해몽은 삼간다.
옛 문헌에도 고구마 꿈 풀이가 있었나요?
전해 오는 해몽 목록에서 고구마만 따로 선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땅에 들어온 것이 1763년이니 그 이전 기록에는 있을 수 없었다. 지금 도는 풀이는 근래에 정리된 해몽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썩은 고구마가 나오면 나쁜 꿈인가요?
흉몽으로 못 박을 일은 아니다. 다만 꿈 느낌이 몹시 무거웠다면 풀이보다 그쪽을 먼저 살피는 편이 낫다.
같은 고구마 꿈을 여러 번 꾸면 어떤가요?
되풀이는 예지몽이라기보다 요즘 마음을 비추는 쪽에 가깝다. 잠이 자주 깨거나 낮이 무거워질 정도라면, 꿈을 더 풀기보다 일정과 잠을 먼저 손보는 편이 낫다.
고구마 꿈은 길몽과 흉몽을 가르는 해몽이라기보다, 마음이 지금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를 묻는 꿈이다. 이 뿌리가 이 땅에서 하던 일은 받치는 일이었다. 받침은 무너질 때를 대비해 대 두는 것이지 무너진다는 징조가 아니다. 오늘 하나만 정해 두고, 나머지는 캐 볼 때까지 그대로 두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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