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는 꿈은 내가 친 소리였을까, 듣고 있던 소리였을까
북 치는 꿈에서 남는 것은 대개 둘이다. 소리가 크게 울렸다는 것, 그리고 정작 그 북을 누가 치고 있었는지는 흐릿하다는 것. 울림만 또렷하게 남고 사람은 지워진 꿈자리다.
결론 쪽부터 말하면 이 꿈은 흉몽 쪽에 세울 꿈이 아니다. 다만 길몽이라는 한마디로 닫아 버리면 정작 물어야 할 것이 통째로 빠진다. 옛 자료에서 이 물건이 가장 또렷하게 걸려 있던 자리를 따라가 보면, 해몽이 갈리는 지점은 소리의 크고 작음이 아니었다.
목차
북 치는 꿈에서 먼저 갈리는 것은 소리를 낸 편이다
흔히 도는 풀이는 이 꿈을 이름이 나고 소문이 퍼지는 길몽으로 읽는다. 크게 울리는 물건이니 자연스러운 연결이고, 그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볼 까닭도 없다. 다만 그렇게만 읽으면 간밤 장면의 절반이 남는다.
북은 저 혼자 울리는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 손을 대야 소리가 난다. 그러니 이 꿈에서 먼저 떠올려 볼 것은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에 앞서 그 소리를 낸 편이 나였는지, 나는 듣고 있던 편이었는지다. 친 편이었다면 무언가를 알리려던 마음이 꿈에 올라온 것이고, 듣던 편이었다면 누군가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 오는 중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전해 오는 해몽이 이 꿈을 길한 갈래에 두어 온 것도, 두 경우 모두 소식이 오가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사전이 이 물건에 붙여 둔 쓰임에는 신호가 나란히 적혀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북」 항목은 이 물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두드려 소리 내는 타악기의 총칭이자 둥근 나무통에 가죽을 씌워 가죽 막을 울려 소리 내는 타악기」. 이칭은 고(鼓)이고, 생김새로는 술통 모양의 북류, 모래시계 모양의 장구류, 작은 원형의 소고류로 갈라 놓았다.
눈에 걸리는 것은 쓰임을 적은 대목이다. 의례 음악의 반주와 농악과 탈춤 반주 사이에 신호 기능이 나란히 놓여 있고, 군사 신호도 함께 적혀 있다. 노래를 받쳐 주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알리는 물건이었다는 뜻이다. 궁중에서 쓰던 건고와 진고와 교방고부터 민간의 굿북과 판소리 고장북과 농악 풍물북까지 이름이 갈라져 나온 것도, 놓이는 데마다 알릴 것이 달랐기 때문으로 읽힌다.

대궐에 달린 북 하나에는 치기 전에 지나야 할 차례가 있었다
같은 사전에서 이 물건이 가장 또렷하게 제도에 걸려 있는 대목은 따로 있다. 「신문고」 항목이다. 정의는 이렇게 적혀 있다. 「조선시대에 원억미신자(寃抑未伸者)에게 소원(訴寃)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대궐에 북을 달아 소원을 알리게 하던 제도」. 원억미신자는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고, 소원은 그 원통함을 소송하는 일을 가리킨다. 1401년 태종 원년 7월에 세워졌고, 그 앞의 이름은 등문고였다.
그런데 세워진 이듬달에 곧바로 차례가 붙는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먼저 관가에 알리고, 그쪽에서 물리쳐진 뒤에야 이 북을 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소리가 나면 사헌부가 조사했고, 거짓으로 친 것이 드러나면 친 사람이 무겁게 벌을 받았다. 나라가 대궐에 북을 달아 놓고도, 그 북에 닿기까지 밟아야 할 걸음을 함께 적어 둔 것이다.
여기가 이 글이 서 있는 데다. 크게 울리기만 하면 단번에 닿는 물건이었다면 차례를 적어 둘 까닭이 없었다. 소리를 크게 내는 일과 그 소리가 닿는 일은 옛 제도 안에서도 따로 놓여 있었다. 그러니 간밤 북 치는 꿈에서 물어볼 것은 얼마나 크게 울렸나에서 그 소리를 내기까지 어디를 지나왔나 쪽으로 옮겨도 된다.
두 항목은 이 물건이 어디에 놓였고 어떻게 다루어졌는지까지를 적고 멈춘다. 꿈에 나온 북을 두고 길흉을 말해 둔 대목은 어느 항목에도 없다. 자료에서 가져오는 것은 쓰임의 목록과 치기까지의 차례이고, 그 앞뒤를 잇는 해몽은 전해 오는 이야기와 이 글의 읽기다.

간밤 그 북소리는 어디서 났나
아래 칸은 옛 책에서 목록째 옮겨 온 것이 아니다. 위 두 항목이 적어 둔 쓰임과 차례를 읽고, 전해 오는 풀이를 얹어 이 글이 나눠 세운 칸이다. 자기 밤에 걸리는 것만 골라 읽으셔도 된다.
하나. 내가 북을 치고 있던 밤
넓은 마당에서 힘껏 친 꿈은 알리고 싶은 일이 하나 정해졌다는 갈래로 본다. 여럿이 보는 앞에서 친 꿈은 그 일이 이미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징조로 읽는다. 혼자 있는 방에서 조용히 두드린 꿈은 아직 말을 고르는 중이라는 이야기로 읽는다. 남이 쥐여 준 채로 친 꿈은 내 일보다 남의 일을 먼저 알리게 되는 처지에 서 있다는 뜻이다. 치다가 손을 멈춘 꿈은 하려던 말의 절반쯤에서 마음이 한 번 걸렸다는 표시로 본다.
둘. 남이 치는 소리를 듣고 있던 밤
멀리서 울려 오던 소리는 아직 내게 닿지 않은 소식으로 풀어 왔다. 가까이서 크게 울리던 소리는 이미 와 있는데 내가 아직 손을 못 댄 일 쪽으로 읽는다. 여러 사람이 함께 치던 소리는 나 혼자 감당하던 일에 곁이 붙는다는 길조로 본다. 누가 치는지 모르던 소리는 짐작만 앞서 있다는 표시라, 확인할 곳을 한 군데만 정해 두면 훨씬 가벼워진다. 소리를 듣고 그리로 걸어간 꿈은 물어볼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길조다.
셋. 북은 있는데 소리가 나지 않던 밤
이 칸이 대체로 마음에 남는다. 친 데 소리가 나지 않던 꿈은 궂은 일의 예고로 몰지 않아도 된다. 옛 제도에서도 북에 닿기까지 밟아야 할 걸음이 있었으니, 소리가 안 나던 장면은 그 앞 걸음 어디쯤에 지금 서 있다는 표시로 읽어 두면 도움이 된다. 가죽이 찢어져 있던 꿈은 말이 상하기 전에 한 번 다듬어 두라는 신호로 보고, 채를 찾지 못하던 꿈은 말할 방법을 아직 못 고른 밤이다. 북이 저 혼자 놓여 있던 꿈은 알릴 일은 있는데 말할 자리가 아직 안 잡혔다는 해몽으로 읽는다.
넷. 북이 아닌 것에서 북소리가 나던 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북소리로 들리던 꿈은 몸이 먼저 읽어 놓은 것이 있다는 갈래로 봐 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북소리로 바뀌던 꿈은 밖에서 오는 일과 내 안의 일이 겹쳐 있다는 징조로 본다. 천둥이나 발소리가 북처럼 울리던 꿈은 큰일이 온다는 예고보다, 요즘 신경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이야기로 두는 편이 편하다. 소리는 났는데 어디서 났는지 끝내 모르던 꿈은 기억나는 만큼만 세어도 해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북 치는 꿈 옆에 놓아 볼 만한 연구가 하나 있다
현대 심리 쪽에도 이 차례와 나란히 두어 볼 결과가 있다. 폴저는 결과가 똑같아도 제 몫을 말할 기회를 받은 편이 덜 억울해했다고 보고했다(Folger, 「Distributive and procedural justice: Combined impact of voice and improvement on experienced inequ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5권, 1977). 말한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는데도 마음 쪽에서는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다만 같은 연구자들이 1979년 「Effects of ‘voice’ and peer opinions on responses to inequity」에서 반대편도 함께 보고했다. 말은 하게 해 놓고 그 말이 결과에 닿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면 오히려 불만이 커졌다. 그러니 이 결과를 「일단 크게 말하면 풀린다」로 옮겨 쓸 수는 없다. 여기서 남는 것은 말할 데를 어디로 잡느냐가 말의 크기만큼 무게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꿈 앞에서 놓아 둘 것도 정해진다. 한 번 크게 울리면 단번에 닿으리라 여기던 마음을, 그 소리를 내기까지 지나온 걸음 쪽으로 되짚어 두시면 된다. 지나온 걸음이 있다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못 했다는 뜻이 아니다. 대궐 북 앞에 선 사람도 그 앞 걸음을 다 밟고 온 사람이었다.
북 치는 꿈, 자주 걸리는 장면 다섯
내가 북을 치는 꿈
알리려는 마음이 자리를 잡은 장면이라 대체로 길몽 쪽에 두고 읽는다.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지 마지못해 친 것이었는지에서 해몽이 갈린다. 힘껏 친 편이면 마음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마지못한 편이면 그 일을 함께 질 사람이 따로 있는지 한 번 살펴볼 만하다.
북소리 꿈, 소리만 남고 북은 기억나지 않던 경우
어디서 났는지 지워진 소리는 짐작을 키우기 쉽다. 전해 오는 풀이도 이 장면 하나로 길흉을 정해 두지는 않았다. 확인할 데를 한 군데만 정해 두면 짐작이 더 자라지 않는다. 소리가 그친 뒤의 여운이 더 오래 남았다면 종소리 꿈 쪽에서 이어 읽으시면 된다.
큰 북 꿈이었다면
사전이 갈라 둔 이름 가운데 큰 북은 대개 여럿이 모인 마당에서 쓰였다. 그래서 큰 북 꿈은 혼자 감당하던 일이 여러 사람 몫으로 넘어가는 장면으로 읽어 온 편이다. 크고 작음 자체를 길몽과 흉몽으로 세지 않아도 된다.
북이 찢어지거나 소리가 나지 않던 꿈
이 장면을 흉조로 확정해 둔 대목은 자료에서 찾기 어렵다. 다만 마음이 무겁게 남는 것은 자연스럽다. 말이 상하기 전에 한 번 고쳐 두라는 신호로 읽으면, 같은 꿈이 훨씬 다루기 쉬워진다. 내 목소리가 소리로 나오지 않던 밤이었다면 노래 부르는 꿈 쪽과 결이 겹친다.
북 치는 꿈 태몽으로 볼 수 있을까
소리가 크게 울리는 꿈이면 태몽인지 묻게 되기도 한다. 이 물건을 태몽 목록에 못 박아 둔 기록은 확인되지 않으니, 태몽인지는 꿈 하나로 가르지 마시고 앞뒤 사정과 함께 보시는 편이 낫다.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라면 몸에 관한 것은 꿈과 따로 두고 산부인과에서 확인하시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던 장면이 함께 있었다면 이름 부르는 꿈 해몽도 같이 보시면 된다.

북 치는 꿈을 꾼 오늘, 하실 일 한 가지
말로 다 풀어 놓으려던 일이 요즘 하나쯤 있으실 것이다. 그 일에서 상대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딱 하나만 골라, 오늘 그이에게 보여 두시면 된다. 사진 한 장이든 날짜가 적힌 종이 한 장이든 상관없다. 그것 하나가 놓이고 나면 말이 짧아진다.
사전이 이 물건을 설명하며 쓴 말은 나무통에 가죽을 씌워 그 막을 울려 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울린 가죽은 곧 본디 모양으로 돌아온다. 간밤의 소리도 그렇게 한 번 지나간 것으로 두셔도 괜찮다. 꿈자리를 더 풀고 싶어지면 꿈해몽 풀이 쪽을 열어 보시면 된다.
북 꿈 해몽에서 자주 되묻게 되는 넷
북인지 장구인지 헷갈렸다면 해몽이 달라지나요
사전은 생김새로 북류와 장구류와 소고류를 갈라 두었지만, 셋 다 두드려 소리를 내는 물건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어느 것인지 흐릿하다면 소리를 낸 편이 누구였는지만 떠올려 보셔도 풀이의 방향은 잡힙니다.
같은 북소리가 며칠 이어졌다면 어떻게 보나요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때는 꿈보다 요즘 마음이 한쪽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표시로 보는 편이 편합니다. 되풀이 자체를 흉몽으로 세지는 않았습니다.
꿈에 나온 북이 눈에 익은 물건이었다면요
낮에 지나친 것이 밤에 다시 나오는 일은 흔합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물건보다 그것이 놓여 있던 데와 곁에 있던 사람 쪽을 먼저 떠올려 보시는 것이 낫습니다.
이 꿈을 꾸고 실제로 어딘가에 억울함을 말해야 할 것 같다면요
꿈이 그 판단까지 내려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말할 자리를 정하는 일은 꿈과 상관없이 해 두셔도 되고, 혼자 고르기 버거운 사안이라면 가까운 사람이나 그 분야를 아는 이에게 순서만이라도 한 번 물어보시는 편이 마음이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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