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꿈을 꿨다면 바람보다 먼저 볼 것이 있다
간밤에 부채가 나온 꿈을 꾸고 이 글을 찾았다면 마음을 조금 놓아도 된다. 부채 꿈은 옛 풀이에서 대체로 순한 자리에 놓인다. 여름 한 철 손에 쥐던 물건이고, 옛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남에게 얻어 쓰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부채라도 그것으로 무엇을 했느냐에서 읽는 방향이 갈린다. 바람을 냈는가, 얼굴 앞을 가렸는가.
목차
단오에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리던 물건
조선에서 부채는 여름이 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물건이었다. 단오날 임금이 재상과 시종들에게 부채를 내렸고, 이것을 단오선(端午扇)이라 불렀다. 만드는 곳은 공조였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감사는 제 고장 명산지의 부채를 궁중에 올렸다. 선조 37년 5월 단오에는 승정원·홍문관·실록교정청 관원들에게 주찬과 함께 부채가 내려갔고, 인조 15년 5월에는 안주에 있던 군병들에게 부채 370자루가 나뉘었다. 흰 댓살이 마흔에서 쉰 개나 되는 큰 것을 백첩선, 옻칠을 한 것을 칠첩선, 기름종이를 바른 것을 유선이라 했다. 이 기록들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단오선」 항목에 정리되어 있고, 조선의 세시 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홍석모, 1849)가 그 바탕이다.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이라」는 말이 같은 사전의 「부채」 항목에 그대로 실려 있을 만큼, 이 물건은 계절이 바뀔 때 주고받는 자리에 오래 붙어 있었다. 바깥으로도 나갔다. 우리 접부채는 중국과 몽고, 일본으로 건너갔고 명나라에서는 이것을 「고려선」이라 부르며 본떠 만들었다고 전한다.

부채 꿈이 갈리는 자리 — 부쳤나, 가렸나
먼저 이 글이 풀이를 어디서 끌어오는지 밝혀 둔다. 부채를 두고 남은 옛 글은 해몽서보다 살림과 의례 기록에 훨씬 많다. 아래 풀이는 그 살림 기록에 기대어 읽은 것이고, 그 사실을 밝혀 두는 편이 낫다고 봤다.
민간에 전해오는 해몽에서 부채는 더위를 물리치고 답답한 것을 흩는 물건으로 읽혔다. 바람을 낸다는 것은 막힌 자리에 숨통을 낸다는 뜻이어서, 일이 풀리는 징조나 도와줄 사람이 붙는 징조로 본 풀이가 많았다. 얼굴 앞에 세워 가리는 장면은 결이 다르다. 가린다는 것은 남의 눈을 피한다는 뜻이라, 아직 말하지 않고 둔 일이 마음에 걸릴 때 나오는 그림으로 읽었다.
- 남이 부쳐 주는 바람을 받았다 — 혼자 애쓰던 일에 손이 하나 더 붙는 그림으로 봤다.
- 내가 남에게 부쳐 주었다 — 내 쪽에서 먼저 건넬 것이 생긴다는 뜻으로 읽었다.
- 볕을 가리려고 부채를 들었다 — 견디는 중이라는 말이고, 그늘을 만들 힘은 이미 손에 있다는 말이 된다.
- 부채를 펴지 못하고 접어만 두었다 — 아직 때가 이르다고 봤다.
- 부채가 저절로 펴졌다 — 기다리던 일이 제 순서를 찾아온다고 읽었다.
- 부채에 그림이나 글씨가 있었다 — 이름이 알려질 일과 붙여 읽는 풀이가 있다.
- 부채가 유난히 컸다 — 도움이 큰 데서 온다는 뜻으로 봤다.
- 바람이 나는데 시원하지 않았다 — 손은 이미 쓰고 있으나 방향이 아직 안 잡혔다고 읽었다.
바람 자체가 주인공이던 꿈이라면 바람 부는 꿈 풀이로 넘어가는 편이 낫고, 볕이 유난히 셌던 꿈은 해 꿈과 함께 두고 보면 그림이 잡힌다.

장면별로 갈라 본 풀이
부채를 선물 받는 꿈
받는 대목은 이 물건이 옛 기록에 놓여 있던 자리 그대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물건이니, 도움이나 기회가 내 힘 바깥에서 들어오는 그림으로 읽었다. 윗사람에게 받았다면 결정권을 쥔 사람에게서 오는 도움으로 봤고,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다면 아직 얼굴을 모르는 데서 들어오는 몫으로 읽었다. 무엇을 받는 꿈이 마음에 남았다면 반지 꿈 풀이도 같은 갈래로 이어진다.
부채질하는 꿈
손을 움직여 바람을 내는 장면은 순하게 읽힌 편이다. 답답하던 일에 숨통이 트인다는 뜻으로 많이 봤고, 남을 부쳐 주는 꿈이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자리에 선다고 읽었다. 부쳐도 바람이 안 났다면 방법을 바꿔 볼 때라는 말로 옮겼고, 부치다 팔이 아팠다면 지금 드는 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꿈이 대신 말해 준 것으로 봤다.
부채가 찢어지는 꿈
물건이 상한 대목에서 옛 풀이가 먼저 본 것은 물건이 아니라 쓰임이었다. 부채는 상해도 다시 얻어 쓰던 물건이라, 옛사람도 이 꿈을 가볍게 다뤘다. 종이만 찢어졌다면 겉으로 드러난 일이 조금 상한 것으로 봤고, 부챗살이 부러졌다면 일을 받치던 뼈대가 힘에 부친다는 말로 읽었다. 어느 경우든 옛사람이 붙인 당부는 물건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정도였다.
부채를 잃어버리는 꿈
잃어버리는 장면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꿈으로 읽혔다. 잃고 나서 더위를 느꼈다면 곁에 있던 도움의 크기를 이제야 알아본 것으로 봤고, 남이 가져갔다면 내 몫이 넘어갈까 신경 쓰이는 마음이 그림이 된 것으로 읽었다. 들고 다니다 잃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우산 꿈과 나란히 읽기도 한다.
부채질이라는 말이 나빠진 자리
「부채질한다」는 말은 오늘날 싸움이나 화를 키운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그 뜻은 부채라는 물건보다 부치는 손짓에서 나왔다. 같은 손짓이 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잉걸불을 살리기도 하니, 말이 그리로도 굳었다. 물건 자체는 여름마다 손에서 손으로 건너다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 꿈이 건네는 당부도 무엇을 막으라는 말보다 세기를 정해 두라는 말에 닿는다. 지금 부치고 있는 일이 식히는 쪽인지 키우는 쪽인지 한 번 가늠해 보고, 손의 세기를 거기에 맞추라는 정도다.
더운 데 있으면 사람은 손에 잡히는 것으로 바람을 낸다. 꿈에 부채가 나왔다는 것은 지금 어딘가 덥다는 뜻이고, 동시에 그 더위를 스스로 어떻게 해 보려는 손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우리는 바람이란 제 힘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옛 기록 속 부채는 대개 제 손으로 깎아 만든 물건이 아니었다. 위에서 내려오고, 고을에서 올라가고, 이웃끼리 건네던 물건이었다. 바람을 내는 일조차 얻어 온 물건으로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 혼자 감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일에도, 이미 누군가에게 건네받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다.

부채 꿈에 자주 묻는 것들
여름에 꾼 부채 꿈은 뜻이 달라지나요
풀이 자체는 계절과 상관없이 같습니다. 다만 더운 계절에는 잠자리에서 실제로 덥게 느낀 감각이 그대로 꿈에 들어오기 쉽습니다. 자다 깨서 창문을 열었던 밤이라면 그 감각이 먼저였을 수 있습니다.
부채를 남에게 준 꿈도 받은 꿈과 같이 보나요
방향이 반대라 읽는 자리도 다릅니다. 받는 꿈은 들어오는 몫으로 봤고, 주는 꿈은 내가 건넬 것이 생긴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옛 기록에서도 이 물건은 늘 누가 누구에게 주었는지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부채가 나왔는데 바람이 하나도 안 났습니다
손은 이미 쓰고 있는데 방향이 아직 안 잡힌 상태로 읽는 편이 많았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라는 말보다는, 같은 힘을 어디에 쓸지 한 번 고쳐 잡으라는 말로 보시면 됩니다.
집에 부채가 실제로 있는데도 꿈에 나오면 의미가 있나요
손에 익은 물건일수록 꿈에 자주 나옵니다. 그렇다고 풀이가 없어지지는 않고, 다만 그 물건을 두고 요즘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먼저 얹힙니다. 옛 어른들도 이 물건을 두고 비슷한 것을 물었을 텐데, 그때는 여름 한 철이 지나면 답이 저절로 나오는 물음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하나만 해 본다면 이렇다. 접어 둔 채로 오래 둔 것 가운데 제일 만만한 것 하나를 골라 오늘 한 번 펴기. 안 쓰고 넣어 둔 물건이어도 좋고, 미뤄 둔 연락 한 통이어도 좋다. 부채는 펴야 바람이 나는 물건이고, 그 손짓이 크지 않아도 바람은 난다. 간밤의 꿈이 바람 쪽이었는지 볕 쪽이었는지 아직 헷갈린다면 위에 걸어 둔 두 편을 나란히 열어 두고 읽으면 갈래가 잡힌다.
받아 든 물건이었어도, 그 바람을 낸 손은 결국 제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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