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드는 자리에 나란히 놓인 장독 — 장 담그는 꿈 해몽

장 담그는 꿈은 맛이 안 들었어도 다 담근 것이다

간밤에 장을 담그다 말았다는 분이 있다. 소금물은 부었는데 국물은 아직 멀겋고, 장독 안을 한참 들여다보다 깼다고 했다. 이런 꿈을 꾸고 나면 잘 담근 것인지 망친 것인지부터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방향부터 말씀드리면 이 꿈은 흉조 쪽에서 멀다. 그런데 그렇게 읽는 근거가 조금 뜻밖의 자리에 있다 — 옛 기록은 담근 날에 맛이 정해진다고 적어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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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는 꿈은 담근 날부터 보지 않는다

널리 도는 풀이는 이 꿈을 재물이나 집안의 화목으로 옮겨 놓는다. 그런데 이 일을 정리해 둔 사전 항목 두 곳을 찾아 읽어 봐도 「장 담그는 꿈」의 길흉을 적어 둔 대목은 나오지 않았다. 어느 책에서 온 풀이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확인 못 한 전거를 있는 것처럼 옮기지는 않겠다.

그러나 자료가 분명하게 세어 둔 것은 있다.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 다섯 단계다. 담그는 일은 그 가운데 세 번째다. 담근 날은 시작 쪽에 가깝고, 맛이 갈라지는 날은 그 뒤에 따로 놓여 있다.

그래서 이 해몽은 「잘 담갔나」를 먼저 묻지 않는다. 간밤 그 장이 갓 담근 것이었는지, 여러 해 묵은 것이었는지 — 묵은 정도가 이 꿈을 가른다. 갓 담근 장이 나왔다면 아직 답이 안 난 일이 하나 있다는 쪽이고, 여러 해 묵은 장이 나왔다면 이미 답이 나 있는데 그걸 못 믿고 있다는 쪽으로 읽는 편이다.

덜 익은 것을 못 견디는 마음은 어디서 오나

담가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뚜껑을 열어 보는 사람이 있다. 맛이 궁금한 것만은 아니다. 결과를 모르는 채로 기다리는 일 자체가 힘들어서다.

이 대목을 실험으로 잰 연구가 있다. 참가자 마흔다섯 명에게 삼백스무 번, 화면에 뜬 그림과 전기 자극이 확률적으로 이어지는 과제를 시켰다. 정리된 결과는 이렇다. 참가자가 말한 스트레스도, 동공의 지름도, 피부의 전기 반응도 모두 「알 수 없는 정도」의 오르내림을 따라 움직였다. 마음의 반응과 몸의 반응은 서로 붙어 있었고, 그 민감도가 과제를 얼마나 잘 해내는지까지 예측했다(de Berker 외, 『Nature Communications』 7권 논문번호 10996, 2016). 실험실에서 전기 자극을 두고 잰 값이니 범위는 거기까지이고, 이 꿈의 해몽을 증명해 주는 자료도 아니다.

다만 하나는 또렷해진다. 새벽에 이 꿈을 꾸고 답답한 것은 꿈이 나빠서가 아니라, 지금 모르는 구간에 서 있어서다. 장은 그 구간을 몇 달씩 견디게 만드는 음식이고, 술 마시는 꿈이 그렇듯 발효를 다루는 소재는 대개 기다림 쪽에 이야기가 걸려 있다.

장 담그는 꿈 해몽에 앞서, 옛사람이 세어 둔 다섯 단계

장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신문왕조에 있다. 683년 왕이 김흠운의 딸을 맞이할 때 납채로 장(醬)과 시(豉)를 보냈다는 대목이다. 혼례 예물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는 이야기다.

『농가월령가』는 이 일을 두 철로 나눠 적었다. 11월령에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3월령에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메주를 쑤는 철과 담그는 철 사이에 넉 달이 있다. 여기 나오는 소금 꿈이나 쌀 꿈처럼, 옛 살림의 재료들은 저마다 제 철을 끼고 돌았다.

사전은 우리 장 담그기가 다른 나라와 갈라지는 자리를 이렇게 적었다. 「콩 재배,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메주를 띄우는 과정을 거친 후, 된장과 간장 두 가지의 장을 만든다는 점, 전년도에 쓰고 남은 씨간장을 이용해 수 년 동안 겹장의 형식을 거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민백 「장 담그기」, 유애령).

한 항아리에서 두 가지가 나오고, 지난해 남은 것을 올해 것에 부어 여러 해를 잇는다. 이 일에는 끝나는 날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2018년 12월 27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될 때도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집집마다 지금도 이어 하고 있는 살림이라 그렇다. 부정을 막는 법도 함께 전한다. 길일을 택해 담갔고, 장독에 버선본을 거꾸로 붙여 두기도 했다.

장 담그는 꿈 해몽 — 볕 드는 자리에 놓인 장독

간밤 그 장은 몇 해짜리였나 — 장 담그는 꿈 대입 칸

아래 칸들은 위의 다섯 단계 위에 오늘의 마음을 얹어 본 것이다. 전해오는 해몽을 그대로 옮긴 대목은 아니니 그 점만 감안하고, 자기 꿈에 가까운 칸부터 보시면 된다.

① 갓 담근 것이었다면
소금물을 막 부어 국물이 멀겋던 꿈 — 시작한 일이 아직 제 모양을 못 갖췄다는 자리다. 흉조로 볼 대목은 없다.
메주가 국물 위에 떠 있던 꿈 — 재료는 다 들어갔고 남은 것이 시간뿐이라는 쪽으로 읽는 편이다.
뚜껑을 덮어 두고 돌아서던 꿈 — 손을 뗄 줄 아는 상태다. 이 칸은 길몽 쪽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담그다 말고 깬 꿈 — 마무리를 못 본 게 걸리시겠지만, 담그는 일은 원래 그날 끝나지 않았다.

② 익어 가던 중이었다면
볕에 뚜껑을 열어 두던 꿈 — 진행 중인 일에 바깥 기운을 들이고 있다는 길한 결이다.
국물 빛이 짙어져 있던 꿈 — 시간이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징조로 본다.
위에 뜬 것을 걷어 내던 꿈 — 걷어 낼 게 생겼다는 건 익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맛을 보던 꿈 —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자리다. 결과보다 확인의 때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

③ 가르던 자리였다면
간장을 떠내던 꿈 — 한 일에서 쓸 것을 골라내는 단계다. 정리가 붙는다는 쪽으로 읽는다.
된장을 건져 담던 꿈 — 남은 쪽에도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다. 버리는 대목이 없다.
두 그릇으로 나뉘던 꿈 — 하나였던 일이 둘로 갈라져 각각 제자리를 찾는다는 결이다.
한 가지만 나오던 꿈 — 아직 덜 갈렸을 뿐이다. 못 나온 쪽이 사라진 건 아니다.

④ 여러 해 묵은 것이었다면
빛이 검게 짙던 꿈 — 오래 쌓인 것이 값을 하고 있다는 자리로 본다.
조금 남은 것을 아껴 두던 꿈 — 씨간장의 자리다. 적게 남은 것이 다음 해를 여는 밑천이 된다.
새로 담근 것에 옛 장을 부어 넣던 꿈 — 지난 경험을 새 일에 얹는 결이다. 겹장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남의 집 장이던 꿈 — 남의 살림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실려 있을 수 있다. 그 집 장도 여러 해가 걸려 그 맛이 됐다.

짙은 국물의 표면 — 장 담그는 꿈에서 갈리는 자리
장독 안을 찍은 사진은 아니다. 담근 뒤 시간이 지나야 이 빛깔이 나온다.

자주 물어 오시는 장 담그는 꿈 다섯 갈래

된장 꿈

된장 꿈은 가르고 난 뒤에 남는 쪽이다. 걸러 내고 남았다는 말이 초라하게 들릴 수 있는데, 옛 살림에서 이쪽은 겨우내 상에 오르던 것이었다. 버리는 자리에 둔 적이 없다. 실속이 남는 자리로 읽는 쪽이 자료에 가깝다.

간장 꿈

간장 꿈은 떠내어 쓰는 쪽이다. 무엇을 골라 쓸지가 정해졌다는 징조로 본다. 다만 사전은 여기서도 씨간장을 남겨 다음 해에 부었다고 적었다 — 다 써 버리지 않는 것까지가 이 일의 한 부분이었다.

장독 꿈

장독 꿈은 담는 그릇 쪽으로 눈이 간 꿈이다. 무엇을 담을지보다 담아 둘 자리가 있느냐가 마음에 걸려 있는 때다. 집 꿈과 함께 꾸셨다면 살림의 자리를 고쳐 잡는 시기로 읽어 볼 만하다.

장맛이 변한 꿈

이 갈래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아 먼저 적어 둔다. 옛 기록이 이 대목에 붙여 둔 것은 부정을 막는 절차였다. 재앙을 말해 둔 구절은 없다. 길일을 택하고 버선본을 거꾸로 붙이던 일이 그렇다. 사람의 잘못을 따지는 자리는 아니다. 절차 가운데 빠진 것이 없는지 되짚어 보라는 쪽에 가깝다.

장을 쏟는 꿈

쏟는 꿈자리는 손실로 읽히기 쉽다. 그런데 이 일에서 한 해치를 통째로 잃는 경우는 드물었다. 씨간장이 남아 있는 한 다음 해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호박 꿈처럼 두고 먹는 것을 다루는 꿈은, 없어진 것보다 남겨 둔 것을 세어 보는 편이 답에 가깝다.

한때 나라가 장독대를 없애자고 했다

1968년에 장독대를 없애자는 운동이 있었다.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장독대를 없애고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장을 사 먹자는 것이었다. 표면에 내건 이유는 위생과 아파트 살림의 편의였지만, 사전이 적어 둔 근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 장을 담그고 관리하는 데 일손이 묶여 사람들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운동은 「1968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다 차츰 사라졌다」(민백 「장독대 없애기 운동」, 하상도).

오래 걸리는 일을 없애 보려던 시기가 실제로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드는 일에는 시간이 드는 이유가 있어서다.

마음이 조금 무거워질 만한 자리를 하나 두고 가겠다. 맛이 안 든 채로 열어 본 꿈이다. 사전이 세어 둔 다섯 단계에서 숙성과 발효는 맨 뒤에 있다. 그 앞에서 뚜껑을 열면 맛이 아니라 아직 되는 중인 것을 보게 된다. 이 꿈을 겁주는 자리로 읽지 않는다. 사람을 탓할 대목도 아니고, 시간을 덜 준 데가 어디였는지 일정을 다시 잡아 보라는 신호로 읽는다.

흐린 날 텅 빈 옥상 — 장 담그는 꿈 해몽
장독대가 놓이던 자리도 이렇게 트인 바깥이었다. 사진은 장독대가 아니라 비어 있는 옥상이다.

한 항아리에서 두 가지가 나온다

이 꿈을 두고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오늘 안에 판정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마음에는 기한을 붙여 주는 편이 낫다. 담근 날에는 원래 맛이 정해지지 않았고, 옛사람도 그걸 알아서 가르는 날을 따로 세어 두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려던 일을 하나만 골라, 언제 다시 볼지 날짜만 적어 두고 그때까지 덮어 두는 것이다. 덮어 두면 그날까지는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앞의 연구가 잰 것도 결국 그 모르는 구간의 길이였다.

장은 한 항아리에서 간장과 된장이 함께 나온다. 그 날을 가르는 날이라고 불렀다. 이 꿈도 좋은 갈래 하나만 골라 쥐고 나와야 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갈라지는 날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간밤에 담그다 말았다고 하신 그분의 꿈도, 옛 차례로 치면 아직 3월에 서 있는 것이다.

장 담그는 꿈 해몽, 이런 것도 물어 오신다

같은 꿈을 여러 번 꿉니다

되풀이해서 꾸는 것 자체를 흉조로 세지 않는다. 결론이 안 난 일이 마음에 오래 걸려 있으면 같은 꿈자리가 여러 번 오기 쉽다. 되풀이의 횟수보다, 그 일을 언제 다시 볼지 날짜를 정해 두셨는지가 이 꿈에 더 가까운 물음이다.

장을 담가 본 적이 없는데 이런 꿈을 꿨습니다

담가 본 적이 없어도 이 꿈은 온다. 장독을 실제로 본 적 없는 세대도 「오래 두어야 되는 것」이라는 감각은 말과 음식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해 본 일이라야 꿈에 나온다는 규칙은 없다.

장 담그는 꿈도 태몽으로 봅니까

태몽 갈래로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다만 이 소재에 태몽을 붙인 옛 기록은 확인하지 못했으니, 재미로 두시고 실제 확인은 병원 쪽에 맡기시는 편이 낫다. 그리고 맛을 못 보고 깬 꿈이라도 답은 나온다 — 이 해몽이 물어보는 것은 몇 해짜리였는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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